보잉과 에어버스는 세계의 하늘을 지배하는 두 공룡. 각각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기 제작사로 사실상 세계시장을 이 두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치 양보 없이 경쟁해온 두 회사가 지금 동북아시아 시장에서 사실상의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이나 유럽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재정위기로 경기도 나쁜 상황. 이에 비해 동북아시아는 상대적으로 경제형편이 양호할 뿐 아니라 성장여지가 많은 곳이어서, 양 사는 지금 동북아 하늘을 장악하기 위해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9월을 기준으로 항공기 수주잔량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만 1,656대에 달해 전세계 물량의 3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 만큼 이 지역의 항공기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2030년까지 전세계 항공수송 시장을 아시아-태평양이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도 아시아-태평양이 항공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잉은 향후 20년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항공사들로부터 1,250대의 신규 항공기 수요가 있을 것이며, 이는 금액으로 약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한국시장에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를 104대 ▦에어버스 항공기를 35대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보잉 33대 ▦에어버스 38대를 갖고 있다. 대한항공은 보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아시아나는 에어버스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 시장판도를 보면 양 사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에도, 상대적으로 에어버스의 우세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9월 현재 세계 항공기 수주잔량을 따져보면 에어버스는 4,216대, 보잉은 3,521대로 에어버스가 더 많은 항공기 제작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다.
양 사의 경쟁은 이제 '럭셔리 항공기'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에어버스가 초대형 여객기 A380으로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보잉이 이에 맞서는 B787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버스가 수주잔량에서 보잉을 앞서게 된 것도 A380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A380은 초대형 복층 항공기로 '하늘의 특급호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최대 800명 이상의 승객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규모'가 최대 강점이다. 그러다 보니 인천공항, 뉴욕 JFK공항 등 대형 허브공항에 집중 취항하고 있다.
이에 비해 보잉의 B787은 최대 290석으로 규모는 작지만 가벼운 탄소복합체를 사용해 연료 효율성 등을 높인 '실용성'에 무게를 뒀다. 공항도 중형 도시간에 효율적인 운항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에어버스는 현재 18개 항공사에서 236대의 A380 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 보잉은 B787을 56개 항공사에서 821대나 주문완료했다고 밝혔다. A380이 3,000억~4,000억원대이고 B787은 1,200억~1,3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금액 면에서 두 기종이 엇비슷한 경쟁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도입계획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A380 4대를 도입했고, 2016년까지 B787 10대를 들여올 계획.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까지 A380 6대를 들여올 예정인데, 아직 B787 도입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보잉 선호, 아시아나=에어버스 선호' 등식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한편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11'에선 B787 내부가 처음 공개됐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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