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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검찰, 경찰 내사 지휘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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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검찰, 경찰 내사 지휘해야 되나

입력
2011.10.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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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10일 경찰의 내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 초안을 총리실에 제출하자, 경찰 역시 나흘 뒤 검사의 수사 지휘 범위를 자세하게 규정하는 내용의 시행령 초안을 내놓으면서 맞불을 놓았다. 경찰 수사의 자율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형소법 시행령을 확정할 계획이지만, 검ㆍ경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범죄 혐의 확인을 위한 참고인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한 계좌추적 등 기존 내사 단계에서부터 수사 지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경진 변호사는 "경찰이 모든 수사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 것은 수사의 인권침해가능성 때문인 만큼 수사보다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은 내사 역시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인지서를 작성하거나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사건을 입력한 때부터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범죄혐의 유무가 불분명한 경우에 행하는 수사개시 이전의 정보수집활동(내사)은 수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고 대법원 판례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내사단계부터 지휘하게 되면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거나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방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찬성

법무부와 검찰이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경찰의 내사 범위를 줄이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 초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 간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 모든 것이 경찰의 숙원사업인 수사권 독립을 위한 과정일 뿐이기에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간의 논쟁에서는 억지 부리기와 파워게임만 존재했을 뿐, 국민의 기본권은 안중에도 없었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씁쓸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국가의 모든 제도와 절차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전제하에,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는 내사도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하는가. 내사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부당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사와 내사의 개념 및 속성, 수사지휘의 목적 등을 고려했을 때, 내사 역시 넓은 의미의 수사에 포함되는 것으로 당연히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 또한, 만약 이번 검찰의 초안처럼 내사의 개념을 수사와 엄격히 구분한다면, 내사의 범위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우선, 내사를 수사로 볼 것인가. 수사는 '범죄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범인을 발견ㆍ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으로서, 모든 수사에 대해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 일반적으로 수사의 전 단계를 의미하는 내사가 개념상으로는 수사와 구분되는 것처럼 보이나, 내사 역시 넓은 의미의 수사에 포함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수사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 취지는 수사의 인권침해가능성 때문인데, 내사라는 것은 속성상 수사보다 인권침해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실무에서 수사와 내사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사를 수사지휘의 대상에서 배제한다면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존재의의를 잃고 말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피의자 입건 전 단계인 주변인 탐문, 정보 수집, 증거 수집과 계좌 추적 등을 위한 압수수색, 참고인 소환 조사 등을 일반적으로 내사로 분류해왔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사 '관행'상의 분류일 뿐, 수사와 내사를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현재의 경찰 조직은 수사권뿐만 아니라 정보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경찰조직이 내사라는 명목 하에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내사 활동을 하게 된다면, 비대화된 경찰조직을 통제할 효율적인 장치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권침해, 경찰권 남용의 우려를 피해갈 수는 없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수사와 내사에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수사와 내사를 실제 구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면, 굳이 수사와 내사에 대하여 개념 구분 운운하며 탁상공론을 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 인권보호라는 절대적 가치를 부인하고자 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내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에 대하여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거부할 수는 없다.

한편, 검찰은 내사를 수사와 개념 구분하는 수사관행을 기초로 경찰의 내사 범위를 축소하는 시행령 초안을 만들었다. 내사를 수사와 구분하여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상, 내사의 범위는 논리필연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 내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그 만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어서 헌법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높은 내사의 범위를 초기 탐문, 정보 수집 등으로 최소화한다면 경찰 수사의 효율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국민의 인권신장에는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경찰이 '내사는 수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검사 지휘를 받지 않거나 내사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는 것은 법률이 정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경찰 내부의 수사지휘 체계도 뒤흔드는 것이어서 대단히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선진화된 수사체계란 효율적인 수사체계가 아니라, 국민의 인권보호에 빈 틈 없는 것이며, 검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경찰이 아닌 법원과 국회의 몫이다.

서경진 법률사무소 인(仁) 변호사

● 반대

반세기 이상 지속되었던 검·경의 수사권 문제가 6월 30일 국회의 형소법개정안 통과로 일단락되었다. 개정의 골자는 수사현실을 반영하여 경찰의 수사개시·진행권을 명문화하는 한편, 검사의 수사지휘의 범위는 양 기관이 협의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경찰의 수사개시·진행권을 명문화했던 개정형소법을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개정법에서 검사의 수사지휘의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했던 대통령령의 초안이 며칠 전 공개되면서 검찰과 경찰이 격하게 대립․갈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 기관이 대립하는 핵심쟁점은 우선 내사가 수사지휘의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있다. 내사란 원래 수사기관이 풍문이나 첩보 등을 입수했으나 아직 범죄혐의 유무가 불분명한 경우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행하는 수사개시 이전의 정보수집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순수한 의미의 내사는 당연히 수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고, 대법원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사는 검사의 수사지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인데, 검찰초안에서는 일단 이러한 내사에 대해서도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수사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수사행위를 비롯하여 그 명칭에 관계없이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는 수사기관의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2조). 덧붙여 수사개시 이전이라도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동향 등을 검찰에 보고하도록 의무지우고도 있다(80조).

나아가 경찰내사단계에서 피내사자에 대한 체포나 압수·수색 등의 강제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 경우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본다'고 간주하여 수사지휘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19조). 이 규정은 경찰내사는 모두 지휘대상을 삼으면서도 검찰실무에서 강제처분을 수반한 내사사건 명목의 수사행위에 대하여는 내사개념을 그대로 인정하여 법적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수사의 개념은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에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이지 대통령령에 규정할 수는 없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속성상 수반하는 수사의 개념을 내사개념과 결부시켜 임의적으로 축소해서 명령·규칙에 규정하는 것은 형사절차법정주의를 천명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지휘의 범위를 규정하도록 한 개정형소법의 위임입법의 범위를 벗어나 법체계상으로도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사의 내사단계부터의 지휘는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거나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방해할 소지도 있다. 검찰이 내사를 빙자하여 계좌추적 등의 강제수사를 행하고도 결국 범죄혐의를 밝혀내지 못하면 내사종결로 처리해버리는 관행도 주목해야 한다. 사실 현행법 하에서도 경찰내사에서의 강제처분은 영장신청단계에서 반드시 검사의 통제를 받게 되므로 엄연히 지휘대상이 되지만, 제도권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검찰내사는 사정이 다르다.

수사기관에 의한 내사명목의 탈법적인 수사관행을 근절하는 것은 검찰의 내사지휘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 입법적 해결을 통해 검찰과 경찰 공히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내사명목의 실질적 수사행위에 대해 형소법이 예정한 적법절차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표적수사나 수사권남용을 직권남용죄로 규율할 수 있다.

위 내사지휘 조항 이외에도 검찰초안에서는 수사준칙제정권을 비롯해 사회동향이나 범죄발생 우려에 대한 동태 보고, 입건여부 지휘, 수사개시보고, 수사중지 송치명령에서 송치후 보완지휘, 피의자인치명령, 징계·교체임용요구, 사무점검, 교육실시 권한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지휘조항을 새롭게 규정해두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목청 높여 강조했던 '검찰권의 오남용에 대한 견제와 균형', '국민의 통제조차 거부하려는 무소불위 권력의 불허용'이라는 입법취지를 몰각하는 것임은 물론 수사개시·진행권을 부여 받은 경찰의 수사주체로서의 기초적 지위조차 부정하는 수준임에 다름없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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