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시르테에서 은둔하고 있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현지시간) 오전 사살됐다. 하지만 사망경위에 대해서는 외신들과 목격자들의 증언이 엇갈린다.
리비아 시민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카다피 정부군의 최후 거점이자 카다피의 고향이었던 시르테에 공격을 감행했다. 시민군은 90여분의 교전 끝에 정부군 수십명을 축출한 뒤 집과 건물 곳곳에 숨어있던 정부군 병사들을 찾아내 사살했다. 이미 민간인들은 한달 전부터 도시를 빠져나간 상태였다. NTC의 유누스 알 압달리는 "시르테가 해방됐고, 정부군은 모두 달아났다"며 "도주하는 카다피를 뒤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르테에서 은둔하던 카다피는 시민군의 공격을 피해 리비아의 남부지역으로 친위대 병사들과 함께 차량을 타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발각됐다. 하지만 교전 끝에 카다피가 사망했는지, 생포 직후 부상으로 인해 사망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랍권 방송인 알아라비아는 "시민군과의 교전 끝에 카다피가 사망했으며, 그의 시신을 태운 차량이 서부의 항구도시인 미스라타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브델 바지트 아론 NTC 지휘관을 인용해 "카다피가 시르테를 탈출하다가 NATO군의 공중폭격을 당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달아나던 카다피를 생포했으나 양쪽 다리가 심하게 다쳤고 이송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사망 직후 NTC는 "카다피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사망소식을 알린 후 카다피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한 사진에서 카다피는 구덩이에서 다른 시신들과 함께 피투성이 상태로 숨을 거둔 것으로 보여진다.
영국 BBC 방송은 콘크리트 상하수도관에 숨어 있던 카다피를 끌어내 사살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이 추가로 입수해 공개한 동영상에는 사망한 카다피의 상의가 벗겨진 채 도로에 질질 끌려 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현장에 있었던 한 병사는 "달아나던 카다피가 시민군에 발각될 당시 구덩이에 숨어 있었고, 생포 순간 카다피가 '쏘지마'라고 애원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병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교전 끝에 달아나는 카다피를 9㎜의 권총으로 쏴 배에 총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카다피의 시신이 발견된 구덩이 근처에서는 그가 썼던 황금색 권총도 발견됐다. NTC는 미스라타로 옮긴 카다피의 시신을 보안 차원에서 '비밀스러운 곳'으로 다시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미스라타의 한 이슬람 사원에 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민군은 시르테에 남아있던 정부군 병사들을 생포해 시르테의 구치소로 이송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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