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가장 큰 과제는 국내 리그의 인기 붐업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 '국제화'에 대한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된 상태다. 그러나 국내 축구 열기는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축구 인기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한국 축구는 올 시즌 사상 초유의 승부 조작 파문이라는 홍역을 겪었다. 명문 팀에서 많은 연봉을 받는 스타급 선수 여러 명이 연루됐다. 팬들이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여기에 더해 꼬리를 무는 심판 판정 문제가 국내 축구에 대한 팬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FA컵은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성인 팀이 모두 출전해 토너먼트로 정상을 가린다.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축구 대회가 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15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 수원 삼성의 2011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은 오심으로 얼룩졌다. 전반 31분 박현범(수원)이 골 네트를 갈랐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인정돼지 않았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경기를 진행한 주심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후반전에는 두 차례 핸드볼 파울 인정을 둘러싸고 수원 코칭스태프와 심판진이 옥신각신했다. 수원은 결국 0-1로 패배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에 실패했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 하나가 경기를 송두리째 흔들어놨다. 오심으로 우승 트로피의 향방이 갈라지며 FA컵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FA컵 결승전은 6심제로 진행됐다. 결승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판정 시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6명의 심판이 배치됐지만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판정 실수가 벌어졌다. 심판진 교육과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노출하는 대목이다. 올 시즌에도 판정과 관련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달만 해도 여러 차례 '판정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하필이면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경기에서, 그것도 승패를 결정하는 골과 관련된 실수가 거듭돼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심판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축구 붐업'은 요원한 일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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