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직접 주관해온 중ㆍ고등학생 수학ㆍ과학 경시대회와 논술ㆍ토론 대회 등을 내년부터 폐지한다고 한다. 교육정책사업 434개 가운데 179개(41.2%)를 폐지하는 정비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경시대회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시교육청은 폐지안을 25일까지 예고한 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여러모로 재고할 여지가 커 보인다.
원래 수학 등 특정 학과목 경시대회는 인재 육성과 학습동기 유발, 실력 검증 등을 위해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래 전부터 시행돼왔다. 하지만 고교 및 대입시에서 입상이 일종의 스펙처럼 반영되면서 교육당국은 물론 각 지자체, 대학, 언론사 등이 너도나도 경시대회를 난립시킨 게 문제였다. 경시대회 과열로 한때는 전국의 각종 경시대회가 1,000개가 넘었고, 대회 참가비 등 관련 사교육비가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 경시대회를 겨냥한 학원 등의 선행학습이 일반화하면서 공교육과정이 왜곡되고, 학생들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학력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부작용이 커지자 교육당국은 사교육 억제 차원에서 경시대회 감축을 추진해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경우 2004년 '경시ㆍ경연대회 구조조정' 계획에 이어, 지난해 특목고와 대입시 전형에서 경시대회 경력을 일절 반영치 않도록 했다. 이 결과 지난해엔 중학생 수학ㆍ물리ㆍ화학 올리피아드 응시자수가 전년 대비 40% 내외 급감하고, 영어 인증시험인 텝스(TEPS)의 초ㆍ중학생 응시자수 역시 20% 가까이 줄기도 했다.
시교육청의 이번 방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6월의 취임 1년 언론인터뷰에서 "경시ㆍ경연대회는 대부분 일회성 전시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폐지를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재의 자연스런 발탁과 계발을 위한 고유의 교육적 기능을 감안할 때, 교육당국이 관련 업무에서 일체 손을 떼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당국이 주관하는 공신력 있는 대회는 더욱 발전시키되, 난립한 사설 경시대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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