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이 벌써 10개나 터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4개, 플레이오프에서는 6개가 담장을 넘어갔다. 모두 승부의 물줄기를 가른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올 가을잔치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홈런을 집중분석한다.
직구를 노려쳐라
10개의 홈런 중 직구가 6개다.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IA 차일목은 SK 엄정욱의 144km짜리 직구를 잡아 당겨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가 2-1로 불리했지만 한 가운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위기에서 투수는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기 마련. 엄정욱은 차일목에게 4개의 직구를 연달아 던졌다. 3구째 바깥쪽 직구는 전광판에 152km가 찍힐 만큼 코너워크와 속도가 완벽했다. 그러나 결국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면서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 SK 관계자는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을 던졌다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플레이오프 1, 2차전 결승포의 주인공 정상호(29ㆍSK)와 전준우(26ㆍ롯데)도 직구를 받아 쳤다. 정상호의 경우 "대기 타석부터 직구를 노리고 있었다"고 했다. 8회부터 구원 등판한 부첵이 주무기인 커터 보다는 직구 위주로 던진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 정상호는 연장 10회 선두 타자로 나와 초구 바깥쪽 직구를 그대로 지켜본 뒤 2구째 직구를 결승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전준우 역시 SK 고든의 직구를 노리고 있었다. 상황도 좋았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말 발 빠른 손아섭이 1사 후 내야 안타로 출루한 것이다. SK 배터리는 도루를 의식해 초구를 고의로 바깥쪽으로 뺏고, 2구와 3구 역시 직구를 택했다.
그러나 이것이 독이 됐다. 앞선 두 타석에서 고든의 직구에 모두 방망이를 돌린 전준우는 어렵지 않게 타이밍을 잡았다. 결과는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결승 투런 홈런. 손아섭의 발과 전준우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제구 안된 슬라이더는 먹잇감
SK 안치용은 슬라이더의 사나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 개의 홈런을 터뜨린 안치용은 모두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안치용은 7회 대타로 나와 KIA 로페즈에게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초구와 2구 모두 직구가 왔지만 안치용의 방망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3구째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그 때 반응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도 마찬가지다. 이호준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대주자 김연훈과 교체된 상황. 안치용은 롯데 고원준의 초구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안치용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15타수 6안타 4할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6개의 안타 중 5개가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솔로 7개, 선두 타자 홈런 4개
2사 이후 나온 홈런은 KIA 차일목의 만루 홈런이 유일하다. 1사 후 가장 많은 홈런(5개)이 나왔으며 선두 타자 홈런도 4개나 된다. 선두 타자 홈런이 많다는 건 투수가 다소 방심했다가 상대의 노려치기에 일격을 당했다는 얘기다. 반대로 주자가 있을 때는 그만큼 투수들이 집중력을 발휘, 장타를 피했다.
볼카운트의 경우 안치용이 유일하게 초구를 공략해 홈런을 터뜨렸으며, 볼카운트 1-1에서 가장 많은 홈런(4개)이 나왔다. 풀카운트나 투수가 극단적으로 불리한 0-2, 0-3에서 홈런이 나오지 않은 것도 눈길을 끈다. 또 SK 박정권은 올시즌 8타수 3안타로 강했던 롯데 장원준에게 홈런을 터뜨리며 천적의 면모를 이어갔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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