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는 우리 국회에는 퍼즐이나 다름없다. 한미FTA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본질을 놓고도 여야가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이는 데다, 정치적으로 셈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국익과 이익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6월의 한미FTA 합의보다 금년 초 타결된 재협상 결과가 후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간 무역증대와 경제협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역시 평가가 엇갈리지만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 궁극적으로는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본질적 관점의 차이가 크지만, 그것 때문에 타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야,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한미FTA로 인해 피해를 입을 농업, 중소기업, 서비스산업 등에 대한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되는 '투자자 국가제소 조항'의 경우 미국은 연방법 우선 원칙에 따라 적용 받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이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국내법 우선의 한시적 대칭법 제정으로 방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출구가 없는 것은 아님에도 여야는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짧게는 서울시장 선거, 길게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고려한 구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한미FTA로 이익을 보거나 우호적인 대기업이나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민주당 등 야당은 주로 피해를 입을 계층의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야당은 특히 한미FTA 비준 이후 피해분야뿐만 아니라 한미간 무역수지마저도 흑자 축소나 적자로 반전될 경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선 처리,후 대책'을 고수하는 것도 야당에 대책 마련의 몫을 나눠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런 구도 하에서는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야당의 물리적 저지라는 파행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파행이 재연된다면 한국 정치는 돌이킬 수 없는 불신과 환멸을 초래할 것이다. 어려울 때 지도자의 정치력이 절실한 법.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과 합의처리를 이끌어내는 지도자는 정녕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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