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느 쪽 말이 맞는 걸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의 같은 내용을 두고도 찬ㆍ반 양측이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어 국민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합의점을 찾자며 마련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끝장토론에서도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기는커녕 한치의 양보 없이 설전을 벌이다 파행을 겪었다. 한미 FTA 협정문 중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
우선,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 문제. 야당과 시민단체는 우리가 맺은 다른 FTA와 동등하게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FTA는 개성공단 제품을 예외로 규정, 발효 1년 뒤 한반도역외가공위원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그 이유는 북미 관계와 북핵 등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쿠바 등과 함께 적성국으로 분류해 북한 제품에 40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과 교역이 단절된 상태다. 따라서 현재 개성공단 제품 중 단순포장이나 조립 등 실질적인 변형이 없는 제품만 한국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 문제는 정치적인 사안과 얽혀 있어 발효 후 1년간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하기로 한 만큼, 그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맞서고 있다.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려면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북미 관계 개선, 북한의 도발 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번 자유화된 법령을 과거의 낮은 개방 수준으로 환원할 수 없도록 한 역진방지(rachet)조항도 논란이다. 정부는 "공공성이 높은 교육(성인 및 고등교육 일부 제외)ㆍ보건ㆍ사회서비스 등 44개를 제외한 서비스ㆍ투자 47개 분야에만 적용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 조항을 도입할 경우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73일로 규정한 스크린쿼터제를 완화할 경우 다시 강화할 수 없고, 부처간 이견이 존재하는 영리병원도 미국에 한번 개방하면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스크린쿼터와 영리병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역진방지 조항이 적용되는 세부 분야의 경우 경쟁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유화를 유도하는 것이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상대국에 투자해 손해 봤을 때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서도 야당과 시민단체는 소송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절차가 불리하다고 말한다.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미국 추천자, 한국 추천자, 양국 합의 추천자 3명으로 패널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패널 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 최종 판단은 세계은행에 설치된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로 넘어간다. 하지만 세계은행 총재를 다수 배출하는 등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재판소에서 한미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기 때문에 공신력에는 문제가 없다"며 "ISD는 세계 각국이 FTA나 양자투자협정(BIT) 체결 때 도입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한국 투자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반박한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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