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온어칩(LOCㆍ칩 위의 실험실) 연구에서 한국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랩온어칩 분야의 권위자인 안드레아스 만츠(55)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 연구개발담당소장이 17일(현지시간) 독일 자르브뤼켄에서 열린 '제2회 LOC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의 랩온어칩 기술을 극찬했다.
LOC는 손톱만한 칩에 전기회로를 만들어 여러 가지 미량의 물질을 분석할 수 있게 한 장치다. 마치 칩 위에 작은 실험실을 설치한 것 같다는 뜻에서 '랩온어칩'이란 이름이 붙었다. 랩온어칩 아이디어를 세계에서 처음 낸 사람이 바로 만츠 소장이다. 1987년 일본 히타치연구소에서 일할 때였다.
"최근 헬스케어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랩온어칩이 유망 분야로 주목 받기 시작했죠. 랩온어칩을 자가진단기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칩 위에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자동으로 혈액 관련 각종 수치가 측정되고, 그 결과가 의사에게 전송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원격으로 진단과 약 처방이 가능해지는 거죠."
최근 대형병원들이 앞다퉈 도입하려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어디서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식)나 홈 케어 시스템과도 일맥상통하는 기술이다. 혈액 같은 생체물질뿐 아니라 미량의 화학물질도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첨단산업과 환경 분야에서도 랩온어칩의 시장성이 두드러질 거란 전망이다.
만츠 소장은 2년 전부터 KIST 유럽연구소의 랩온어칩 연구를 이끌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1개국에서 온 과학자 50여명의 수장이기도 하다.
"랩온어칩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랩온어칩> 에 지난해 실린 한국의 논문 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았어요. 그 중 많은 논문이 KIST 유럽연구소와 한국 대학 간의 공동연구로 이뤄졌죠." 랩온어칩>
랩온어칩 상용화엔 특히 공동연구가 필수다. 정보기술(IT)뿐 아니라 물리나 화학 같은 기초기술,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등 여러 분야를 접목시켜야 하는 이유에서다.
만츠 소장은 "독일의 3대 공대에 속하는 칼스루에공대(KIT)는 KIST 유럽연구소를 5곳의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로 꼽는다"며"이는 KIST 유럽연구소가 독일 안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 가운데 유럽에 분소를 갖고 있는 건 KIST가 유일하다.
자르브뤼켄=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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