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마치고 휴대폰을 켜니 익숙한, 북태평양에서 걸려오는 국제전화 번호가 찍혀 있다. 아마 제자 이재성 시인이 안부 전화를 했을 것이다. 꽁치 잡이가 어려워 선상에서 사용하는 국제전화가 끊어진다고 했는데, 그 사이 어황이 호전이 된 것 같다.
'길 위의 이야기'독자라면 해양문학가를 꿈꾸는 스물다섯 살의 이재성 시인을 기억할 것이다. 재성이가 휴학을 하고, 선원수첩을 발급 받고, 부산항을 떠난 것이 5월 하순이니 어느새 5개월의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젊은 층이라면 한결같이 3D업종을 기피해서 외국선원을 구해 떠나는 원양어선에 훌쩍 올라탄 그 용기 있는 젊음이 생각하면 할수록 대견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 선장 출신의 소설가 천금성 선생을 만났는데 '3항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귀항하면 한국해양문학의 새로운 별이 될 것이라는 덕담도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을 위해 위험한 환경인 어선에 몸을 실은 이재성 시인이 돌아와 보여줄 소금기 가득한 시들이 기다려진다.
인생이든 문학이든 도전하는 자만이 자신의 꿈을 이룬다. 선상생활도 제 집처럼 편안하게 하는, 타고난 바다 사나이라는 그 배의 선장이 메일을 보내올 때마다 전한다. 그래서 고맙다. 앞으로 2개월 후면 돌아올 재성이를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린다. 스물다섯 살의 바다를 껴안아 보고 싶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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