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끝에서라면 바흐조차 감미롭다. 이 시대에 가장 서정적인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머레이 페라이어(64ㆍ사진)가 2008년에 이어 다시 한국 팬을 찾는다.
페라이어는 2006년 피아니스트에게는 치명적인 손가락 부상을 입고 대수술을 받았다. 그 해 잡혀있던 한국 공연도 취소됐다. 2년 뒤 내한해 더 완벽해진 연주를 선보였던 그는 방한을 앞두고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바흐가 갖는 특별한 의미를 밝혔다.
"새 출발점으로서 바흐를 매우 어렵게, 오랫동안 천착했어요. 나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있던 아들로부터 못 한다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지요." 재활의 고통은 그러나 제2의 탄생이었다. 고전ㆍ낭만주의에 편중돼 있던 그의 음반을 바로크까지 확장시키며 그래미상과 빌보드 차트의 주목을 받게 한 제2의 출세작 '골트베르크 변주곡' CD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사실 그의 바흐는 엄격한 대위법에 충실하기보다는, 비유하자면 모차르트 같은 바흐다. 그는 개성적 바로크 스타일의 바흐 스페셜리스트 글렌 굴드에 대해 언급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명확히 했다. "굴드와는 사흘 동안 함께 지내기도 했죠. 그는 대위법적으로, 나는 선율적으로 바흐에 접근합니다." 베토벤, 슈만, 브람스, 쇼팽 등 이번 연주회 곡목의 대부분은 그의 장기에 집중돼 있다. 연주회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제5번 G 장조'로 막을 연다. 이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7번', 브람스의 '4개의 소곡' 등을 들려준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18-4302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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