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라고요? 지금 그럴 여유 없어요. 최대한 보수적으로 경영을 할 겁니다."
유럽 재정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고배당ㆍ거액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는 금융권의 '탐욕'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강조한 키워드는 '보수적 경영'이었다. 내년 순익 감소에 대비해 가급적 배당을 자제하고 이익을 최대한 내부 유보로 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인수ㆍ합병(M&A)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형 투자은행(IB) 업무 진출을 위한 신한금융투자의 자본 확충도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회장과의 인터뷰는 11일 본점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 대외 위기가 심상치 않다.
"장기전이 될 것 같다. 은행 경영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질 거다. 수비적, 보수적으로 경영 계획을 짜야 된다. 내후년부터 적용될 더 강화된 리스크 관리 기준인 바젤3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배당을 늘리기 보다는 내부 유보를 가급적 많이 할 계획이다."
- 요즘 금융권 탐욕이 화두인데.
"은행들이 서민 등을 쳐서 금리 장사하고 수수료 올린다는 비난 일색이더라. 현대건설 매각 이익 같은 특수요인을 제외하면 올해 은행 순익이 그리 많지 않다. 충분한 설명과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는 내년에는 순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 최근 내세운 '따뜻한 금융'이라는 키워드가 시의적절한 것 같다.
"신한은 지금까지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다.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고 수익성만 챙기면서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은행이라는 이미지였다. 지난해에만 1,600억원 기부를 했는데, 악착같이 고객들 대출금 회수해서 기부를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 지난달 초 '따뜻한 금융'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 영업점 평가지표(KPI)에 대출회수 유예 실적이나 고객 만족도 같은 '따뜻한 금융 지표'를 담을 예정이다."
- 증권업계는 대형 IB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신한금융투자의 계획은?
"프라임브로커(헤지펀드 전담 중개업자) 등의 IB 업무 자격을 얻으려면 자본을 현재 2조원 수준에서 3조원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1조원 가량의 돈을 들여 그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헤지펀드들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일단 다른 증권사들이 IB 업무를 하는 것을 지켜보겠다."
- 인수ㆍ합병(M&A) 계획은.
"지금 M&A를 말할 때가 아니다. 조흥은행 인수 당시 차입금은 갚았지만 LG카드 인수 차입금은 아직 상환 못했다. 다만 상호저축은행 같은 서민금융 채널은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무리한 경영만 하지 않는다면 은행보다 수익성이 더 좋을 것이다."
-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외환보유액을 금융회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찬반이 엇갈린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외환보유액은 최후의 보루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차입 부담을 덜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 취약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외환보유액을 금융회사에 빌려주기엔 이르다는 생각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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