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끝장토론'이 17일 회의 진행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두 시간 만에 파행돼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외통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 차원의 토론회를 진행했지만 한미 FTA 반대 측 진술인들이 발언시간 제한 등을 문제 삼으며 퇴장하면서 중단됐다.
끝장토론에는 외통위 법안심사 소위 소속 여야 의원 6명 외에도 찬성 측에서 최석영 외교통상부 한미 FTA 교섭대표와 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반대 측에서 송기호 변호사와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등 전문가 4명이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토론에 앞서 송 변호사는 "취지가 끝장토론인데 주요 쟁점에 대해 발언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고, 토론을 진행한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시간이 필요하면 나중에 더 드리겠다"고 약속하면서 토론이 시작됐다.
그러나 양측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평가부터 엇갈렸다. 최 교섭대표는 "한미FTA는 한미동맹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10+2 재재협상안'은 대단한 오해에 기초하고 있고, 이 중 9가지는 참여정부에서 합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 원장은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은 무역뿐 아니라 미국의 선진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취지인데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망한 시스템을 수입해 복지국가의 가능성을 없애는 FTA는 필요 없다"고 맞섰다.
양측은 이후 양국에서의 한미 FTA 법적 효력과 투자자 국가소송 제도(ISD),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 부분에 대해서도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 교수는 미국법과 충돌하는 한미 FTA는 무효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이는 한미 FTA를 각자의 법체계에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라며 "미국 국내법이 한미 FTA를 무효화하지 않으며 FTA가 한국 법률에 우선한다는 주장도 오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미국의 이행 법안은 한미 FTA에 조약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똑같은 협정이 한국에선 법률의 지위를 갖지만 미국에선 법률보다 못한 지위밖에 갖지 못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독소조항으로 지적한 ISD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ISD제도는 한미 양국에 동등하게 적용된다"며 "국내법으로 자국 투자자를 상대국 투자자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보호할 경우 제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송 변호사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사례를 보면 미국이 ISD로 제소돼 패소한 사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후 들어 회의가 속개되자 정 원장은 "여야 합의 없이 토론을 종결하지 않으며, 외통위 소속이 아닌 의원들도 발언권이 있다는 합의가 있어야 우리가 참석할 수 있다고 했었다"며 "이에 대한 여야 간 합의가 없으면 토론회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위원회 진행 방식에서 벗어나서 말 그대로 끝장토론을 한다면 회의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고, 논란 끝에 반대 측 진술인들이 퇴장하면서 산회했다. 토론회 파행 직후 여야 원내대표는 18일 토론회를 속개하기로 합의했지만 한나라당은 토론 시간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토론회가 열릴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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