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17일 부산 사직구장.
경기 전 롯데 안방마님 강민호(26)의 표정에는 1차전 패배의 아쉬움은 온데간데 없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2차전을 준비하는 각오의 표현이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오늘은 민호가 미칠 것 같다"고 그의 활약을 예고했고, 강민호는 "나도 미치고 싶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승부하겠다"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사실 강민호는 이날 오전 뜻 깊은 선물을 받았다.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선물을 전한 사람은 바로 프로농구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이었다. 같은 부산을 연고로 하는 농구팀의 감독으로 롯데의 열혈팬임을 자처하는 전 감독은 농구 비시즌에 수시로 부산 사직구장을 찾곤 한다. 특히 롯데 선수 가운데 강민호의 팬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강민호와 전 감독의 만남은 뜻밖에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롯데가 포스트시즌 기간에 합숙하는 호텔이 KT 숙소와 같았던 것. 강민호는 경기를 앞두고 "오늘 아침에 호텔에서 전 감독님을 만났는데, 잘 하라고 격려해주시면서 홍삼을 선물로 주셨다"고 말했다.
사실 홍삼류는 야구 선수들이 수시로 챙겨 먹는 필수 건강 식품. 구단에서는 이곳 저곳에서 후원을 받기도 하고, 덕아웃에도 늘 수북이 쌓여 있는 '흔한'제품이다. 그러나 강민호는 "감독님이 주신 홍삼은 특별하다"고 애착을 보였다.
부산 KT는 이번 시즌에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 창원 LG와의 개막전에서는 패했지만 1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 인삼공사와의 홈 개막전에서 74-72로 승리하며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탓에 농구장 관중석은 썰렁했다. 그럼에도 전 감독은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하며 강민호에게 마음이 담긴 홍삼을 건넨 것이다.
2차전에 앞서 "전 감독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우승을 하고 싶다"던 강민호는 자신의 말대로 펄펄 날았다.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1차전 부진(4타수 1안타)을 말끔히 털어냈다. 특히 3-1의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8회말 2사 후에는 SK 이승호로부터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부산=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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