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벌렁벌렁하네요."
2011 포뮬러 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린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을 찾은 전남 도민들은 F1 머신이 내는 폭발적인 굉음에 흥분했다. 8만 4,124명의 관중이 16일 코리아 그랑프리 결선을 관전하며 '광속 질주'의 진수를 경험했다. 지난 해 첫 번째 영암 대회는 우천으로 인해 스피드의 향연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지만 올해 두 번째 열린 코리아 그랑프리는 날씨 변수가 없이 '고속 레이스'가 펼쳐져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영암 대회는 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끝났다. F1 조직위원회의 예상대로 이번 대회에는 3일간 16만 명 이상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올해 코리아 그랑프리는 지난 해보다 양적으로 비대해졌다는 평가를 얻었다. F1의 메인 대회뿐 아니라 국내 최고의 자동차 레이스도 함께 펼쳐져 팬들은 포뮬러 머신뿐 아니라 박스카의 흥미진진한 레이스도 함께 맛볼 수 있었다.
'F1 패키지'도 큰 인기를 모았다. F1 조직위는 15일 예선 경기 후 아이돌 가수들이 총 출동하는 'K POP 콘서트'를 열어 대회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리고 F1과 주요 관광지를 연계한 할인 행사도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영암이 세계적인 서킷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영암 서킷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오토 캠핑카까지 빌려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려 했지만 부대시설 부족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제대로 된 편의점 하나도 마련돼있지 않았다. 몇몇 노점상과 간이 편의점이 있었지만 팬들의 '먹거리'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부대시설이 없어 해가 지면 '암흑천지'로 변했고, 오토캠핑카 1, 2대만이 희미한 불빛을 내뿜었다. 호주에서 왔다는 마이클 호든은 "밤이 되면 너무 쓸쓸하다. 즐길거리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악명 높은 '자갈 주차장'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경기장 주변은 불법 주차로 인해 엉망이 됐다. 특히 차가 다니는 4차 산업도로의 1, 2차 도로에 임시 주차장을 마련돼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F1 조직위 관계자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주차장을 새로 정비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3일 전이 돼서야 정부 예산이 집행된 탓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코리아 그랑프리는 내년에도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F1 조직위 관계자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F1 개최에 전남 도의회 내부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영암 서킷의 질적 팽창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하루빨리 한국 F1 레이싱팀이 생겨나야 한다. 김정수 인제 오토피아 킥스 감독은 "만약 F1에 한국 선수가 계속해서 생기지 않는다면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갈 것인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영암=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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