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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CEO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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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CEO 연봉

입력
2011.10.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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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淸) 태조 누르하치(1559~1626)는 변방의 미미한 여진 부족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조선의 임진왜란을 전후한 약 20여 년 간 폭풍처럼 질주해 대륙 정복의 밑그림을 완성한다. 반면 조선의 선조는 그보다 7년 앞서 태어났지만 급변하는 동북아의 풍운을 놓치고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잇단 왜란과 호란으로 나라를 거덜내고 만다. 나라나 조직의 운명에 지도자 한 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기업 입장에서 누굴 최고경영자(CEO)로 고를지는 명백하다. 수백억 원의 연봉을 주고라도 누르하치를 택해야 한다.

■ 개인별 능력 차는 쉽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거대 기업 CEO로서 개인의 미미한 능력 차는 기업의 흥망을 가르는 핵심변수가 된다. 1980년대 이후 시장경제원리의 득세 속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국내외 거대기업 CEO 연봉은 기업 이사회의 입장에선 일종의 '성공보수금'이다. 펀드매니저의 투자성과급이 보수 기준이 됐다. 조지 소로스가 투자자들에게 20~30%의 시세차익을 올려줘 7억5,000만달러(8,700억원ㆍ2003년)의 연봉을 받았다면, 주가를 끌어올린 기업 CEO도 유사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게 '신자유주의 컨센서스'인 셈이다.

■ 성공보수 개념으로 CEO의 연봉이 책정되면서 상한선은 사라졌다. 성공한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처럼 금융사나 거대기업 CEO의 연봉도 수직 상승했다. 최근 포브스가 밝힌 '미국 CEO 연봉 10걸'을 보면 미국 최대 의약품 및 보건의료 정보기술(IT) 시스템 공급업체인 매케슨의 존 해머그린 회장의 경우, 1억3,000만 달러의 연봉을 챙겼다. 2위는 의류업체 폴로 랠프 로렌의 CEO인 랠프 로렌으로 6,670만 달러이며, 월스트리트 금융사 CEO로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4,200만 달러로 12위에 올랐다.

■ 문제는 CEO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동안 보통사람들의 급여는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복수의 연구에 따르면 1970년 미국 대기업 경영자의 평균연봉은 노동자 평균의 28배였지만, 2007년 미국 내 15대 기업 CEO의 평균연봉은 노동자 평균의 520배에 달했다. 최근 세계 각국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99%의 행동'은 극단적 소득 격차에 대한 좌절이자 분노에 다름 아니다. 그나마 시장원리를 제어할 수 있는 건 아직 정부밖에 없다. 일국적 해결이 어렵다면, G20 차원에서라도 CEO 연봉 제한에 관한 국제 공조방안을 모색해볼 때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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