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을 악용한 금융사기전화(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카드회사의 공동 책임을 묻는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이스피싱 카드론 대출 피해자 모임'은 17일 "카드론 대출시스템의 허점이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 만큼 카드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21일 현대, 신한, KB국민카드사에 대한 민사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소송 참여자가 5명 이상인 카드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드론 보이스피싱은 범죄자가 수사기관 직원을 사칭해 전화로 피해자에게서 금융정보를 빼낸 후 피해자 명의로 신용카드 카드론 대출을 받아 가로채는 범죄. 올 들어 9월까지 182건이 발생, 경찰청이 지난달 주의보를 발령했을 정도다. 카드론 보이스피싱이 범인들이 인터넷과 전화로 진행되는 카드론의 대출 절차가 간단하고 허술한 점을 악용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액에 대한 카드사의 부분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카드사들은 "금융정보를 스스로 유출시킨 피해자 책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만들어진 이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수는 한 달 만에 100명을 넘었다. "피해자의 대출금 이자를 면제하고 원금의 50%를 감액할 것", "카드론 대출시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할 것", "카드론 대출의 위험성을 이용자에게 설명하고 한도를 스스로 정하게 할 것" 등이 이들의 요구다.
피해자들 가운데 10여명은 법무법인 서로에 소송 의사를 밝히고 피해사실경위서와 증거자료 등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모임을 만든 초등학교 교사 김모(45)씨는 "지난 7월 2,500만원 피해를 본 후 매달 청구되는 40여만원의 이자와 상황을 설명해도 자사 규정만 들먹이는 상담직원의 태도 때문에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5일간 연체했다가 금융거래가 정지되고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990만원의 피해를 본 취업준비생 김모(30)씨는 "카드회사가 카드론 대출 한도를 능력 밖인 990만원으로 정해 놔 피해가 커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카드론 대출 한도는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카드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다
법무법인서로의 김계환 변호사는 재판까지 갈 경우 "대출금의 30~40% 감액 정도의 판결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대해 카드회사들은 겉으로는"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이의를 제기하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자 면제에 원금 15~20% 감액 조건으로 개별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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