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7일 5부 요인과 여야 대표를 초청한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내곡동 사저 추진을 백지화하고 퇴임 후 원래 살던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조치이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일을 하지 말고 애당초 이렇게 했어야 옳았다.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 지시를 했을 때,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상황인식이 너무 느슨하다. 당장 백지화한다고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만큼 내곡동 사저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감정은 싸늘함을 넘어 분노로 치달을 정도로 심각했다.
내곡동 사저 백지화는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 마무리하기에는 문제점과 의혹이 너무 많다. 일반인의 거래라면 합의 하에 '없던 일'로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과 대통령 아들, 청와대 경호실이 개입된 사안은 백지화와는 별도로 전후 사정과 추진과정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국가 지도자와 그를 보필하는 청와대가 여러 의혹을 덮어둔 채 원상 회복만으로 이 문제를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우선 상식적인 의문들에 답해야 한다. 편법증여 의도가 있었는지, 왜 아들 시형씨는 공시지가로 싸게 샀고 경호처는 공시지가의 4배로 비싸게 샀는지, 친척으로부터 6억 원을 빌린 게 맞는지, 사저 부지에 있던 한정식집 공시지가가 4억6,800만원인데 0원으로 처리한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특히 해명해야 할 대목은 경호처 예산이 시형씨 매입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이며, 경호처가 경호장비시설 예산에서 2억8,000만원이나 전용해 일부 필지를 구입한 이유도 소명해야 한다. 만약 국가 예산이 편법이나 불법적으로 쓰였다면 비난 차원을 넘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이 일을 추진한 주체가 누구며, 왜 이렇게 불투명하게 처리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언론 보도대로 경호처와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비서실장이나 민정 계통도 모르게 일을 처리했다면, 청와대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인종 경호처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책임지는 일은 이런 의혹과 문제점들을 밝힌 연후에 취해야 할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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