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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두 여자 대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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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두 여자 대 두 남자

입력
2011.10.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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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6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3일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의 몸놀림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나 후보 옆에 섰지만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거나 대중을 상대로 지지 연설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4년 만에 여당 선거지원에 나선 박 전 대표가 곁에서 활짝 웃는 모습만으로도 나 후보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나 후보가 범야권 연합 후보인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맹렬하게 따라 잡고 있는 데는 TV토론 효과와 함께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의 박근혜 안철수 대리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원순 후보의 선거출정식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시차를 두고 같은 곳에서 열린 '시민이 시장이다'행사에 참석해 지지 연설을 했다. 선대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이정희 민노당 대표도 나와 한 말씀 보탰다. 모처럼만에 보는 범 야권의 단합된 모습이다. 하지만 박 후보의 지지율은 뒷걸음질이다. 5% 대 그의 지지도를 단박에 50% 대로 밀어 올렸던 안철수 교수의 빈 자리가 커 보인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박근혜와 안철수의 대리전 성격이 짙다. 두 사람이 직접 대리주자를 내세운 건 아니지만 나경원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없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박원순 후보는 '안철수 현상'이 아니었더라면 범야권 후보 지위를 거머쥐기 어려웠다. 바로 이 점에서 두 사람의 대리전으로 봐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장 보선 결과는 박근혜 안철수 사람 간 승패로 해석될 수밖에 없고 내년 대선구도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 후보가 승리하면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더욱 굳어진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 후보의 승리는 범야권 연합의 위력을 입증하는 셈이어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범야권의 통합 내지 연대론은 탄력을 받을 게 분명하다. 안 교수도 본인 의지에 관계 없이 대선구도 속으로 이끌려 들어갈 개연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안 교수가 자신의 아바타 격인 박 후보 지원에 뛰어들지 않아 두 여자 대 두 남자의 대결 구도는 미완성이다. 상황은 유동적이다. 박 후보가 지금처럼 자신의 도덕성 검증 프레임에 갇혀 고전하는 상황에선 안 교수도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 심판으로 선거전 구도를 바꾸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반 한나라당 입장을 밝혔던 만큼 지원 명분이 보다 뚜렷해진다. 박 후보측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지양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바꿔 강력한 대여공세를 펴는 것은 다분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전환이다.

몇몇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교수가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경우 3%포인트 정도의 지지도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 초 박빙의 현재 형세를 감안하면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막판까지 두 여자 대 두 남자의 대결 양상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권에 대한 분노도 큰 변수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정치권과 세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분노다. 뉴욕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반 월스트리트 시위의 에너지는 극심한 양극화 속에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갖지 못하는 청년층과 몰락해 가는 중산층의 분노다. 이 분노가 소셜네크워크(SNS)에 의해 조직된 결과가 바로 반 월스트리트 시위라면 우리 사회에서도 낯선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결과나 최근의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바로 그 같은 분노에 맞닿아 있다. 서울시장 보선전의 기본적인 구도 역시 이 분노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분노의 구도가 두 여자 대 두 남자의 대결 구도를 증폭시키거나 희석시키며 선거 승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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