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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마음이 눈을 떠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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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마음이 눈을 떠야 행복하다

입력
2011.10.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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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각자로서 세상을 깨웠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62)는 불후의 명저 에서 "행복한 삶이란 나 이외의 것들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별을 별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발에 채인 돌멩이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 때,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비로소 행복은 시작된다. 사소한 행복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하루 한 시간의 행복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라며 마음의 눈을 뜨고 바라보는 세상 속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1970년대 등굣길에 이용했었던 만원버스, 버스계단 바닥까지 발을 딛게 하고는 지그재그 운행으로 승객을 차곡차곡 안으로 밀어 넣으며 차장이 문 닫는 것을 도왔던 콩나물시루에 대한 추억이 있는 나는, 매일매일- 이미 17년 가까이-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하고 있으며 퇴근길 역시 언제든 마음 가는 곳으로 행로를 선택해서 집으로 향한다. 택시나 버스, 지하철을 사절하고, 심지어 자가용도 아니다. 내 집은 흑석동에 있고 대학 연구실까지는 느린 걸음으로도 25분이면 충분하다.

6월, 도시를 방문한 우화 속의 시골 쥐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한림대에서 주관하는 의대입시관련 세미나에서 발표를 마치고 퇴근 시각 무렵에 지하철 2, 3호선과 9호선을 이용했다. 선릉역을 시작으로 교대, 고속터미널역을 거쳐 동작역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이용객에 밀려 지하철을 한 번 놓치기도 하고, 객차 안에서는 옴짝달싹 못하는 갑갑함과 탁한 공기로 진땀을 흘렸으며 내릴 때에는 국회에서의 몸싸움 장면을 연출하며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작역 출구로 나오자마자 맞이했던 한강 바람은 마치 시골 쥐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느끼는 안도감, 신선한 개운함과 같았다.

평상 출퇴근길을 걸으며 온갖 자연의 사계절을 만끽하곤 하는데, 봄에는 나무들의 새순 오름과 노란 개나리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고, 여름의 후텁지근한 열기, 가을에는 나뭇잎의 변화와 맑고도 높은 하늘의 조화로움, 심지어 은행열매의 구린내까지, 얼굴을 베듯 스치는 겨울의 칼바람도 매력이 있다. 때로는 퇴근길에 흑석동 재래시장을 기웃거린다. 예전에 비해 그 규모는 축소됐으나 있을 것은 다 있다. 조금조금한 야채ㆍ과일ㆍ생선ㆍ건어물ㆍ반찬ㆍ그릇ㆍ즉석빵 가게, 방앗간 딸린 떡집, 정육점, 국수집, 족발집, 대폿집, 횟집, 떡볶이ㆍ어묵집, 부침개 장사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할머니들의 좌판 등 사람 냄새와 시끌벅적한 우리네 삶이 그대로 살아있다.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 눈, 코, 귀 그리고 온 몸과 마음으로 맛보는 어머니 품속과 같은 안락함이다. 지나온 삶을 담담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올려 간직하고 현재의 일상을 풋풋한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내 재주로는 표현이 쉽지 않은 마음속에 살아있는 담백한 온기를 만나게 된다.

어둠 속의 반딧불처럼 따스한 마음의 빛을 발하며 살아가는 이철환 작가 역시 에서 "사람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정원이 있다. 그 정원에 지금 무엇이 심어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계획을 세운다. 사과나무를 심었으니 다음엔 포도나무를 심어야지. 그리고 그 다음엔 멋진 소나무를 꼭 심고 말거야.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는 한 그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마음만 있다면 풀 한 포기만으로도 아름다워 질 수 있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라며 소박한 마음으로 찾아가는 행복에 대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백광진 중앙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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