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을 냄비에 넣어 팔팔 끓이면 어떻게 될까. 아름답고 고귀한 이상은 다 날아가고 돈, 명예, 외모에 매달리는 속물 근성만이 걸쭉한 죽처럼 자글대지 않을까. 속물 근성이란 아무리 끓여도 증발시키지 못하는 우리 내부의 진액 같은 것인지 모른다.
소설가 서유미(36)씨의 신작 장편 <당신의 몬스터> (자음과모음 발행)은 현대인의 그 질긴 속물성을 노골적이면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 피가 홍건한 욕망의 만화경(萬華鏡)을 들이밀며 '실컷 구경하라'는 듯이. 당신의>
옴니버스 영화처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엮여 있는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뒤틀린 욕망의 미끼를 스스로 물어 파렴치의 극단까지 질주하다 끝내 파멸한다. 한때 천재 작곡가로 불리며 화려한 연예계의 삶을 누리다 재능이 고갈된 작곡가 영무. 친구, 동료, 애인 모두 등을 돌려 바닥까지 간 상황에서 검은 슈트를 입은 신사의 달콤한 제의에 넘어간다. 청부살인의 대가로 아름답고 슬픈 멜로디의 노래를 선물 받는 것. 그 덕에 재기에 성공하지만, 더 많은 히트곡을 위해선 더 많은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악마의 족쇄를 차고 만 것이다. 안정된 직장과 재산이 있는데도 통장 잔고의 증식에서만 기쁨을 느끼는 직장인 권덕희도 로또 복권 1등 당첨지를 빼앗기 위해 살인을 불사한다. 늙어가는 외모를 되살리기 위해 치명적 부작용의 화장품에 손을 대는 왕년의 톱스타 여혜원도 비슷한 욕망의 굴레에 휘둘리는 인물이다. 이들을 유혹하는 이는 달콤한 냄새를 품기는 검은 슈트를 입은 사내로, 욕망의 숙주를 찾아 호시탐탐 우리를 지켜 보는 인간 내면의 악마성이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 으로 제5회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았고 같은 해 <쿨하게 한걸음> 으로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서씨는 날렵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 풍성한 이야기로 욕망의 버라이어티 쇼를 매끈하게 펼쳐낸다. 그러나 상투적 성격의 인물을 극단화 시켜 빠른 호흡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 보니, 흡입력 강한 만화를 읽은 것 같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해설에서 "저마다 자신의 욕망을 극단까지 밀고 나가는 인물들의 참혹한 종말을 보여줌으로써 스노비즘의 디스토피아를 생생하게 구현한다"고 평했다. 쿨하게> 판타스틱>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