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부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부활

입력
2011.10.17 11:36
0 0

1979년 10월 18일 오후 6시 20분경. 경남 마산시 산호동 가야백화점 옆 새한 자동차 노상에 한 중년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남자는 경찰의 시위 진압대가 지나간 뒤 뒷머리 후두부가 함몰된 채 피 흘리며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기에 남자는 다음 날 새벽, 그 길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32년 뒤 남자의 죽음이 밝혀졌다. 남자는 평안남도 강동군 강동읍 용흥리에서 태어나 1ㆍ4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해 마산까지 흘러와 건설현장 노무자로 일하던 '유치준'으로 밝혀졌다. 당시 51세였던 남자는 남편이며 아버지였다.

남자는 북 정권의 탄압을 피해 고향을 떠나 자유를 찾아 남으로 왔지만, 남의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분단의 노마드로 살다 결국 시월유신과 군사독재의 희생자로 삶을 길 위에서 마감했다. 남자의 죽음에 대해 목격자가 있었고 부검한 의사가 있었지만 32년간 이 죽음은 침묵 속에 있었다.

남자의 죽음을 알기 전까지 나는 부마사태에서 부마항쟁이란 이름을 얻은 그날의 10ㆍ18이 과거완료형인 줄 알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10ㆍ18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항쟁이다. 오늘은 유치준, 그 남자의 희생을 묻어두고 산 지 32년, 1만1,689일이 되는 날이다. 그 남자의 죽음 앞에 이 나라의 시월은 다시 뜨거워져야 한다. 10ㆍ18은 부활해야 한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