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조선대 기광서(48) 교수의 이메일 해킹사건에 대해 조사를 맡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일단 기무사령부 요원들의 범행으로 결론내리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왜 민간인의 웹하드와 이메일을 뒤졌는지, 이 과정에서 기무사 윗선의 지시는 없었는지가 주된 쟁점이다. 또한 기무사의 민간 사찰 실태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17일 국방부는 “조직적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위간부가 연루된 기무사 차원의 민간인 사찰이 아니라는 얘기지만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 간부급 지시 없이 해킹이 이뤄졌다는 꼬리자르기식 설명은 석연치 않다. 광주지역 기무부대 소속 김모(35) 군무원과 장모(35) 중사는 9월 2일 광주시내 PC방에서 기 교수의 이메일과 웹하드를 해킹한 사실만 시인한 상태다. 이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앞서 8월 29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IP에서 해킹 시도가 있었고, 9월 1일에는 경기 분당의 IP에서 자료를 빼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킹이 서울에서 시작해 지방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군 관계자는 “서울에서부터 기 교수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를 시도하다가 아예 광주지부에 떠맡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무사의 해킹 이유에 대해 기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총장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지역 기무부대에서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했다”고 말했다. 당시 조선대는 총장 선거전이 한창이었고 선거는 직선제였지만 재단측이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면접평가를 거쳐 최종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교내 구성원의 반발이 심했다. 결국 기 교수가 선거참모를 맡아 지원한 현 총장은 2위에 그쳤지만 이사회 의결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처럼 선거전이 치열하자 기무사에서 선거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핵심참모인 기 교수를 해킹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정작 해킹당한 자료들은 700여건의 인명파일과 논문자료여서 선거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반면 기무사 요원들 간 경쟁심이 과도하게 발현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기 교수는 북한ㆍ러시아문제 전문가로 위관ㆍ영관장교 대상 정책대학원의 학과장이며 25년 전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다. 군 관계자는 “범행을 저지른 2명의 요원은 모두 방첩분야 소속”이라며 “따라서 기 교수 개인과, 그를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에 눈독을 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달 말까지 사건을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해킹에 이용된 서울과 분당의 유동IP는 아직 조사를 못했다”며 “그 결과를 보면 조직적 범행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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