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심장 뉴욕, 유럽연합(EU)의 수도 브뤼셀에 이어 유럽 금융의 중심지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증권시장의 발상지 암스테르담이 반금융자본 시위대에 '점령(occupy)'됐다. AFP통신은 16일 "런던,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에서 각각 수백명의 시위대가 금융중심가에 진을 치고 장기간 점거를 이어가기로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가 주요 도시에서 교두보를 확보함에 따라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런던 시위대의 경우 증권거래소에 인접한 세인트폴 대성당을 근거지로 정하고 이곳에서 시위를 계속하기로 했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장례식,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장소로도 유명한 세인트폴 대성당은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여서 시위대에게는 자신들의 주장을 널리 알릴 명당자리다. 시위대는 텐트 100여동, 간이조리대, 응급치료소, 화장실 등을 설치하며 점거 장기화에 대비 중이다. 런던경찰은 시위대의 행동을 주시하면서도 출근시간에 맞춰 시위를 해산시킬지 여부에는 확답을 피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위치한 독일의 금융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서도 200명의 시위대가 ECB 본부 앞을 점거했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광장에도 시위대 300여명이 몰려 금융회사의 탐욕과 정부의 예산삭감을 비판했다.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광장에는 텐트 50여동이 설치됐으며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 앞에도 텐트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시위가 더 큰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중산층의 지지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유럽 시위는 복지 축소, 미국 시위는 금융권의 탐욕에서 비롯되는 등 지역마다 의제가 다르지만, 시위대의 목소리가 보편성을 얻을 경우 중산층까지 끌어들이는 대규모 정치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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