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우수어린이집을 발굴, 지원한다며 선정한 '공공형 어린이집' 10곳 가운데 4곳은 평가인증에서 우수시설로 인정되는 90점에 미달한 곳으로 드러났다. 화재 등 재해대비 시설이나 놀이터조차 갖추지 못한 어린이집도 17%였다. 사업 초기 보육 이익단체의 요구로 복지부가 신청자격 기준을 대폭 낮춰 부실 우려가 제기됐는데(한국일보 6월29일자 12면)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복지부가 민간 어린이집 중 우수시설을 골라 국고를 지원해 보육수준을 국ㆍ공립 수준으로 유지시킨다는 취지의 시범사업으로 예산 80억원이 투입됐다. 17일 한국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공공형어린이집 지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선정된 어린이집 616곳(1차 363곳ㆍ2차 253곳) 가운데 안전ㆍ위생ㆍ인적요소 등 50~70여개 항목을 평가하는 평가인증 점수가 90점도 안되는 시설이 37%(228곳)에 달했다.
비상출구, 스프링클러, 피난용 미끄럼대 등 비상재난에 대비한 기본시설조차 없는 어린이집이 35곳, 놀이터(시설 100m 이내)가 없는 어린이집도 70곳이나 됐다.
또 선정된 시설 중 2곳은 대출 이자 상환액과 임대료를 합한 금액이 선정기준에 명시된 보육료 수입의 적정량(10%이상, 5%이상 10%미만, 5%미만 등 구간별로 감점)을 넘어 0점을 받았다. 매달 지원되는 정부 예산이 이자 갚는 데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시설들에는 이미 7월부터 규모에 따라 매달 96만~824만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한 보육전문가는 "당초 취지와 달리 최소한의 기본ㆍ안전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시설이 다수 포함돼 졸속 선정 의혹이 제기된다"며 "학부모들에게 이런 시설을 공공형 어린이집이라며 자녀를 맡기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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