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선을 지켜보면 마치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신문 지면과 TV 화면에는 후보들보다 주요 대선주자 얼굴이 더 자주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장 보선은 더욱 그렇다. 4년 만에 당의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서울지역을 누비고 다니면서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나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도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돕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선거 지원 여부는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같은 재보선 결과의 정치적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10ㆍ26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첫 휴일인 16일 오전 11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두툼한 흰색 패딩 점퍼 차림으로 서울 종로소방서 5층에 위치한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상황실을 찾았다. 얼굴은 조금 부어 있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보였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감기몸살에 걸렸기 때문이다. 종로구 의용소방대원들과의 오찬에서는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주말인 15, 16일 이틀 동안 서울시장 보선 지원에 쏟아 부었다. 지난 13일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나흘 중 사흘을 서울시장 선거에 할애한 셈이다. 당초 예상을 깬 행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종로경찰서,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을 잇달아 방문, 휴일 근무자들을 격려하며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1968년 1월 북한 124부대의 청와대 습격 사건 때 순직한 경찰관 동상에 묵념도 했다.
오후에는 남산을 찾아 시민들과 스킨십을 가졌다. 남산 산행 도중 "민심이 어떤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냥 편하게 걸으시죠"라며 즉답을 피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15일에는 영등포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찾아 젊은이들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이번 재보선 지원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친화력을 보여 줘서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14일 부산의 재래시장에 있는 만두가게를 찾은 그는 사진기자들 앞에서 만두를 한입 떼어 먹은 뒤 "정말 맛있네요. 몇 년이나 하셨어요"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15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자신의 자서전을 사서 가져 온 한 시민을 만나 주머니에 있던 도장을 꺼내 QR코드(스마트폰용 격자무늬 코드)를 찍어주며 자신의 홈페이지를 홍보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이날 이성무 서울대 교수, 임성순 서울시립대 교수 등 전문가와 함께 양화대교 공사 현장을 찾아 "양화대교 공사는 조속히 완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이어 정몽준 전 대표와 함께 용산 효창공원에서 열린 이북도민회 체육대회를 찾아 한 표를 호소한 뒤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108산사 순례기도회 5주년 기념 대법회'에 참석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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