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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위기에 대응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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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위기에 대응하려면

입력
2011.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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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경제가 삐걱대고 있다. 8월에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더니 최근에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로존의 마지막 보루인 독일과 프랑스의 CDS 금리도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신용등급도 같아졌다.

남의 일 아닌 글로벌 위기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상대적 위상이 올라갔다고 흐믓해 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성이 높은 데다 리먼사태 당시에 비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단기외채가 줄고 외환보유고는 더 늘었다고 하지만, 경제위기의 뇌관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에 해외 악재에 계속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제의 주요 구성원인 가계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150%에 이르렀다. 지난 해 가계 저축률은 OECD 평균인 6.1%에도 크게 못 미치는 2.8%에 불과했다. 지금 세계경제가 후퇴하면 급격한 소비 감소는 물론 자산가격 하락과 부채 상환능력 감소,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등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저축은행 문제는 더 악화했다. 저축은행 부실 규모는 금융권 전체로 볼 때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들로부터 연유된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이 심각해졌다. 저축은행들이 고객의 돈을 자기 돈인 것처럼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게 사용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감독당국이나 정치권과 밀착하는 행태가 나타났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분노가 유발되고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나가 위기 시에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우리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왔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겪은 고통을 남의 탓으로 전가하고 과거에 대한 통렬하고 근본적인 반성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규모의 문제 뿐 아니라 구조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즉, 가계부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고 변동금리부 일시상환식이 주종을 이루어 금융시장 변화에 취약하다. 고정금리부 원리금 분할 상환대출이 주택담보대출시장의 주종을 이루어야 금융시장의 일시적 충격에 가계의 저항능력도 높아지고 통화신용정책의 운신 폭도 높아질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은 오랫동안 알면서도 외면되어 왔다.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선진국의 문제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근본적 한계도 있지만 이 역시 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를 확대하고 외환거래세를 신축적으로 도입하며 한미 통화스왑을 상설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외적 위기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2008년 10월에 한미 통화스왑이 이루어지고 나서 환율과 외화유동성 사정이 빠르게 안정화되었던 경험이 있지 않았는가.

이전의 경험 활용하는 지혜 필요

위기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유형의 위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들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심각한 위기 재발은 막을 수 있고 금융시장도 보다 안정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정부도 타산지석을 얻기 위해 금융위기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2년에 가까운 조사 결과 지난 봄에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주요한 결론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인재였다는 것이다. 위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컴퓨터가 뒤엉킨 이상현상으로 나타난 것도 아니며, 단지 인간이 저지른 일이다. 세익스피어도 언급했듯이 실수는 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있다. 당연히 해결책도 우리에게 있다.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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