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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향 감독 '오늘' 로 충무로 복귀 송혜교/ "늘 카메라 앞에 서 있었는데…송혜교 요즘 뭐하냔 말은 서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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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향 감독 '오늘' 로 충무로 복귀 송혜교/ "늘 카메라 앞에 서 있었는데…송혜교 요즘 뭐하냔 말은 서운해요"

입력
2011.10.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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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락가락한 비로 서울의 조도(照度)가 몇 천 룩스는 낮아져버린 14일 낮. 가회동의 한옥을 개조한 카페에서 새 영화 '오늘'(27일 개봉) 주연을 맡은 송혜교를 만났다. 2007년 '황진이'이후 4년 만의 충무로 복귀다.

영화만이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KBS) 이후 그의 얼굴을 보기 쉽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 "송혜교 요즘 뭐 하나"라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언뜻 긴 공백이 이어진 듯해도 그는 쉼 없이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미국 독립영화 '페티시'에 출연했고, 옴니버스영화 '카멜리아'의 한 에피소드를 위해 강동원과 호흡을 맞췄다. 최근에는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으로 유명한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신작 '일대종사' 촬영으로 바빴다. 그는 "진짜 열심히 달렸는데"라며 얼굴 보기 힘들다는 소리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은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를 흥행시킨 이정향 감독이 9년 만에 내 놓는 신작이다. 자신의 생일날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다혜(송혜교)의 고뇌와 삶의 혼돈을 그렸다. 탄원서까지 써 줘 풀려난 가해자가 다시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된 가톨릭 신자 다혜의 번민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단죄 없는 용서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용서 없는 단죄는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영화는 이런 사회윤리적 질문을 던져가며 다혜의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 나간다.

이 영화는 밝은 웃음과 진한 감동으로 버무려졌던 이 감독의 과거 작품과 정반대 위치에 서 있을 뿐 아니라, '이정향'과 '송혜교'의 조합에서 나올 결과물에 대한 일반적인 예측과도 동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밝은 작품을 하고 싶다 그런 걸 정해놓고 일하지 않아요. 그냥 순간순간 마음에 들고 인연이 있으면 연기하는 거죠. 지금은 제가 좀 어두운 역할 쪽에 마음이 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송혜교는 "뭔가를 선입견으로 바라보기 싫어하고 이전보다 다르게 뭔가를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다면 보람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연기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보충 촬영 중인 '일대종사'는 량차오웨이(梁朝偉) 장쯔이(章子怡) 장첸(張震) 등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송혜교는 좀 더 큰 욕심을 품어볼 나이 서른에 유명 감독과 세계적인 스타들을 만났다.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기회라면 기회다. 하지만 그는 "큰 욕심 없다"며 "예전보다 성장했다는 말만 들어도 만족한다"는 '착한' 대답만 내놓았다. "어려서부터 항상 어머니가 '욕심을 가지면 안 된다. 흐르는 대로 살면 잘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는 "본래 낙천적이고 털털한 성격인데 요즘은 연기할 때나 사람 만날 때 많이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가볍게 만났는데도 그게 사실인양 여기저기서 이상한 말이 들리니 속상하기도 했어요. 요즘은 정말 친한 사람과 만나 와인 마시며 얘기하는 게 가장 행복해요."

오래도록 대중들이 환호한 작품이 없는데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뭐냐고 까칠하게 한마디 던졌다. 송혜교는 그게 자기도 "신기하고 궁금하다"며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하고 두루뭉술하게 넘기려다 이렇게 받아 친다. "이번에는 관심 못 받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요. 다행이고 너무 감사해요." 모노톤의 서울 하늘, 인테리어 단출한 카페에서 시간이 더 흘러도 구겨지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청순미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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