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의 수호자를 가리는 전쟁이 시작됐다. 2016년부터 60대를 들여오는 차세대전투기(FX) 사업의 후보기종들이 18일부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항공우주ㆍ방위산업전시회(ADEX)에 참가해 탐색전을 벌인다. 총예산 8조2,900억원, 무기도입으로는 창군 이래 최대 규모인 이 사업에서 경쟁 기종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라이트닝 Ⅱ), 미 보잉의 F-15SE(사일런트 이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개량형). 정부 관계자는 16일 "러시아 수호이의 T-50 PAK FA는 개념적으로 후보군에 포함되지만 한미관계와 무기 호환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선택지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스텔스냐 아니냐
공군이 원하는 FX의 최우선 조건은 스텔스(stealth) 기능이다. 레이더 반사면적을 최소로 줄여 적으로부터 탐지될 가능성을 낮추는 기술이다. 은밀히 침투해 북한지역의 핵심표적을 타격할 수 있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이 5년 이내에 스텔스기를 확보할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억지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공군이 스텔스 기능을 중시하는 이유다.
이에 따르면 F-35가 한발 앞서있다. F-35는 현존 최강의 전투기인 F-22의 보급형 모델로, 설계 단계부터 동체 모든 부분에 스텔스 성능을 최우선으로 적용해 제작됐다.
이에 비해 F-15SE와 유로파이터의 스텔스 성능은 제한적이다. F-15SE는 기존 F-15전투기 표면에 특수처리를 하고 수직꼬리날개를 15도 기울였다. 유로파이터는 공기흡입구와 조종석 등 중요부위에 스텔스 기술을 반영했다.
종합 전투력이 관건
하지만 스텔스는 전투기의 능력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에 불과하다. 공중 조기경보 시스템, 지상레이더 등 스텔스기를 잡는 기술도 함께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스텔스는 허구"라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중요한 건 전투기의 종합 전투력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록히드마틴에 대응한 보잉과 EADS의 논리다.
보잉의 F-15SE는 무장 탑재능력이 다른 기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많은 무기를 싣고 출격하면 전시에 다양한 표적을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다. F-15SE와 현재 공군이 운영 중인 F-15K는 부품의 85%가 같다. F-15SE를 도입할 경우 유지관리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구형 모델이라는 의미다.
유로파이터는 마하3의 속도로 날아가는 사거리 100㎞ 이상의 미사일과, 자동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위협에 대응하는 최첨단 다스(DASS)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슈퍼크루즈 기능을 갖춰 재연소 없이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다.
F-35는 침투 시 레이더를 피해 급격히 고도를 낮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공중전에서는 9G(중력가속도)까지 제어가 가능한 민첩한 공중기동력을 보유했다. 다만 작전반경은 타 기종에 비해 떨어진다.
기술이전에 사활
특히 중요한 변수는 기술이전이다. FX 사업은 한국의 공군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따라서 단순히 좋은 무기를 들여오는데 그쳐선 안 된다.
록히드마틴 측은 "F-35의 스텔스 기술을 일부 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잉은 "현재 진행 중인 F-15K 인도 물량(8대)에도 스텔스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ADS는 "60대 중 10대만 유럽에서 생산하고 24대는 한국에서 최종조립, 26대는 부품까지도 한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제시했다.
군 관계자는 "아직은 마케팅을 위한 업체들의 사탕발림이라 사업이 본격 진행돼야 진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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