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황에 빠진 8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려 5조2,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지만, 중국만큼은 예외였다. 8월 한달 간 주식(1,876억원)과 채권(3,480억원)을 5,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몰려오고 있다. 한국 주식과 채권은 물론 기업, 부동산까지 중국 자본의 표적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럽계와 일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도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돈이 넘쳐난다는 얘기고, 또 한국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과도한 쏠림에 따른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관련기사 3면
16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차이나 머니'의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 잔액은 2008년 3,975억원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13조1,464억원으로 폭증했다. 3년도 채 안 되는 새 중국 자금의 국내 투자규모가 30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토지나 빌딩 매입 등 부동산 투자와 기업 경영권 참여 등 직접투자도 활발하다. 지금껏 중국이 사들인 국내 부동산 면적은 336만㎡로 여의도 면적(290만㎡)을 능가한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만 953억원. 단연 외국인 부동산 투자규모 1위다. 올해 상반기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직접투자는 2억2,8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51%나 치솟았다.
한국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2007년 말 0.2%에서 작년 말 9.3%로 급증했고, 올 들어선 3조1,28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미국(3조2,220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중국 자본이 사들인 주식, 채권, 기업, 부동산을 모두 합치면 4조7,000억원을 넘는다.
향후 중국 자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보는 더 빨라질 게 분명하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로 위안화 절상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으로선 자본수지를 적자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이나 머니'의 유입 확대를 보는 시각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중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과 ITㆍ자동차 등 핵심산업에 대한 적대적 지분 확대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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