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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양대마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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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양대마방직

입력
2011.10.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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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30일 평양에선 남북경협사상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남측 안동대마방직(회장 김정태)과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새별총회사가 공동 투자한 평양대마방직 합영회사 준공식이다. ㈜대우를 비롯한 남측 기업들이 1990년대 중반 남포공단 등에 의류ㆍ가방 봉제 합영회사를 설립한 적은 있지만 평양시에 진출한 남북 합영회사는 평양대마방직이 처음이다. 생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준공식에 격려사를 보내 "분단 60년사에서 남북경제인들이 힘을 합쳐 이룩한 민족의 쾌거이고, 개성공단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선교구역 영제동 방직거리 4만7,000㎡에 자리잡은 평양대마방직의 총 투자금은 3,000만 달러. 북한산 대마로 삼베 제품을 생산하고, 양말 속옷 등 일반 면직제품 생산시설도 갖췄다. 종업원 500명 연간 매출 1,000만 달러로 시작하지만 증설을 통해 종업원 3,3000명 연 매출 6,000만~1억 달러가 목표였다. 특히 격리된 개성공단과 달리 평양시민과 접촉면이 넓어 북한사회에 미칠 파급효과가 주목됐다. 천주교 작은형제회와 함께 북측 근로자와 시민 1,500명에게 점심과 진료를 제공하는 평화봉사소도 문을 열었다.

■ 김정태 회장의 오랜 집념의 산물인 평양대마방직은 그러나 처음부터 순조로운 발전이 어려운 숙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경색되기 시작한 남북관계 탓에 물자와 인적 교류에 제동이 걸려 준공식부터 몇 차례 연기 끝에 간신히 열렸다. 북의 장거리 미사일발사와 2차 핵실험 강행에 따른 정부의 방북 금지로 공장 가동이 휘청거리다가 천안함 사건과 5ㆍ24조치 이후엔 완전 중단됐다. 급기야 북측 민경련은 최근 김 회장에게 합영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라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왔다고 한다. 상황 변화가 없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최후 통첩이다.

■ 남북간 교역물품 반출ㆍ반입을 전면 금지한 5ㆍ24조치로 남북경협업체들은 빈사상태에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공단방문을 계기로 다소 상황이 나아졌지만 평양대마방직처럼 북한 내륙 진출 기업들은 아직 아무런 희망이 없다. 개성공단에 취한 중단 조치를 푼 근거는 북측 제재가 목적인 5ㆍ24조치가 남측 기업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내륙 진출 기업에 똑같이 적용돼야 옳다. 북한 깊숙이 진출한 기업이 무너지면 북한 사회의 내부 변화는 그만큼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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