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으로 '상용형 파견노동자 보호'를 들고 나왔으나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일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한 것도 갖가지 편법을 통해 지키지 않는 현실에서 편법의 여지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합법화한다는 지적까지 있다. 지난달 당정이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한나라당이 최근 내놓은 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은 노동계는 물론 사용사업주와 파견업체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다. 파견업체가 노동자를 상시적으로 고용하여 사용사업주와 계약이 끝났더라도 새로운 계약이 생길 때까지 계속 고용토록 한다는 것인데, 스스로 비용을 들여 고용을 유지할 파견업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설사 계약 해지된 노동자의 고용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고 법규정으로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파견업체 대부분이 영세업자인 현실에선 시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5년째 시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 전체의 목적과 정신에도 배치된다. 사용사업주 입장에선 보호법의 핵심인 '2년 근무' 규정을 거리낌없이 악용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셈이다. 파견업체의 상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계약기간을 마음대로 정하고, 손쉽게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내 하청 등 위장된 파견 노동을 더욱 활성화하는 기회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모집ㆍ등록 형태로 유지되던 파견업체를 활성화하고, 파견노동자의 위상을 다소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대목이 없지는 않다. 또 실업률 하락이라는 단기적 효과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곁들인 상용형 파견제도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선심성 대책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치열한 논의 끝에 탄생한 비정규직 보호법을 이런 식으로 즉흥적으로 땜질하듯 수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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