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은 고객 1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0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받고 은행돈 횡령과 분식회계를 공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1) 회장, 이용준(52) 행장, 장모(58) 전무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유 회장은 1997년 모 금융회사 인수합병을 시도하다 440억원의 손실이 난 데 이어 2년 뒤에도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620억원을 잃게 되자, 이를 메우기 위해 1,060억원 상당의 차명 대출을 받는 등 은행을 사금고처럼 이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신의 가족이 100% 지분을 가진 IT업체의 유상증자에 사용하기 위해 90억원을 추가로 차명 대출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유 회장은 차명 대출금을 변제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고객 명의를 도용하기 시작했다. 유 회장은 2004년부터 올 7월까지 은행 거래자 중 임의로 선정한 1만1,663명의 명의를 도용, 소액 대출 형식으로 총 1,247억여원 상당의 불법 대출을 발생시킨 뒤 이를 차명 대출금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고객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받은 사실조차 몰랐고, 은행은 이를 숨기기 위해 이자를 면제시키고 저축은행중앙회에 대출 관련 자료도 넘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8%)을 유지하기 위해 분식회계도 지시했다. 이 은행은 2009년 6월 기준 264억원에 이르는 자본잠식 상태를 2,067억원 상당의 자본이 있는 것처럼 꾸며, 허위 재무제표를 믿은 투자자 1,391명에게 536억원 상당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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