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중일(中日) 전쟁 당시 세균무기 등을 사용한 생체실험을 실시해 악명을 떨쳤던 일본 육군 731부대의 세균전 피해자가 2만6,000명에 달한다는 극비문서가 공개됐다. 이 문서는 그 동안 일본이 강하게 부인해온 세균무기 사용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향후 일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시민단체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은 15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731부대에서 일했던 한 군의관의 극비보고서를 교토(京都)의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關西)관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육군 군의관 학교 방역연구실에 근무하던 이 군의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군은 중일전쟁 당시 여섯 차례 작전에 세균무기를 사용했고 이로 인한 1, 2차 감염자는 2만5,946명에 달했다. 보고서에는 감염자 규모 외에 731부대가 1940~42년 중국 지린성(吉林省), 저장성(浙江省), 장시성(江西省) 등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한 날짜와 살포량이 구체적으로 기록돼있다. 극비문서를 작성한 이 군의관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대형 제약회사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731부대의 만행을 토대로 얻은 경험이 신약개발 등에 활용됐음을 뒷받침했다.
시민단체 회원인 마쓰무라 다카오(松村高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과거 일본군이 세균무기를 사용하고 이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1932~45년 만주 하얼빈 일대에 주둔한 731부대는 중국인, 한국인, 러시아인 등 전쟁 포로들을 통나무라는 의미의 마루타(丸太)라고 부르며 발진티푸스, 콜레라 등 세균을 주입하는 생체실험, 해부실험, 냉동실험을 자행했다. 중국은 이 부대가 헤이룽장(黑龍江)성, 후난(湖南)성, 장시성, 저장성, 윈난(雲南)성 등에서 벌인 세균전으로 30여만 명의 양민이 학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제조약을 위반한 생물학무기를 사용하는 세균전을 펼친 731부대의 존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도쿄지방법원 등은 중국인 유족들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부대의 존재를 사실로 인정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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