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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사이언스 픽션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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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사이언스 픽션을 읽자

입력
2011.10.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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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886년 커몬웰스 연합 우주선 헤르메스함.

"장군, 축하합니다.", "에? 카라, 뭘?", "물론, 이번 전투의 승리죠. 지금 데이터를 분석 중이지만 … 일단 긍정적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알렉산더는 의자에 편하게 기댄 채 배틀넷으로부터 연결을 끊기 위해 작업대위의 컴퓨터 스크린에서 손을 떼었다. 벌써 3시간 째 인명손실과 우주 함대의 피해상황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카라는 그의 AI 보좌관이다. 그녀는 알렉산더를 위해 다운 로드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정리, 분석, 저장하는 일 뿐 아니라 그의 개인 비서로 일정관리, 개인적인 연락 그리고 가상현실에서의 회의 등을 처리해 준다. 사관학교 간부 후보생 시절부터 그녀와 함께 해 왔으니 많은 시간이 흘렀다. 물론 카라는 그동안 수도 없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왔고 그의 뇌에 이식된 뉴랄 임플랜트도 여러 번 신형으로 교체가 이루어 졌다. 유전자 치료와 나노머신 덕에 평균수명도 200년도 넘어가고 있다.

"카라 고맙지만,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최종 집계에 의하면 14척의 적 우주선이 전투에서 파괴되고 200 여척이 이어진 초신성의 폭발로 파괴되거나 작동 불능이 되었습니다. 커몬웰스 우주선 33척의 손실은 이와 비교하면 크다고 할 수 없죠. 게다가 적은 클러스터 성운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철수 했지만 아직 완전히 파괴된 건 아니지." 알렉산더는 퉁명스럽게 생각했다.

"적을 완전히 격멸하지 못한 것을 갖고 야록이 얼마나 정치적인 공세를 펼지 알만하지 않아?", "내 생각에는," 카라가 머릿속에서 속삭인다.

"장군께서는 너무 비관적인 것 같아요. 좀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어요."

위의 대화는 미국의 인기 사이언스 픽션 작가인 이안 더글러스의 최근 작품인(Galactic Corps)에서 발췌, 번역한 것이다. 여기에는 눈 여결 볼 만한 내용이 여러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카라의 존재이다.

지금으로부터 19세기 말의 사이언스 픽션 작가인 줄 베르너는 그의 작품에서 잠수함, 비행기, 로켓, 레이저 등을 예견했고 그가 상상한 대부분의 것들은 20세기에 들어 현실로 바뀌었다. 또 최근 발표된 미국 애플사의 신형 휴대폰에는 카라의 초기 버전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음석인식과 대화를 통해 다운로드 된 정보와 일정관리 등을 할 수 있다는 데모가 나와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이언스 픽션을 읽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은 차치하더라도 사이언스 픽션이 출판계의 상위권에 오르고 ''에반 겔리온', '우주전함 야마토' 등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도 우려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전무하지만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이미 20 명에 육박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상상력이 많은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길 밖에 없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사이언스 픽션 아니 책 자체를 읽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입시 제도에 있는 지도 모른다. 정답이 있는 예상문제들을 족집게처럼 찍어주는 사교육을 받고 이를 기계적으로 암송하는 학생들만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 이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상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우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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