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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아가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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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아가페

입력
2011.10.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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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바예호

그 누구도 오늘 나에게 물으러 오지 않았습니다.이 오후에 그 아무것도 내게 청하지 않았습니다.

찬란한 빛의 행렬 아래에서단 한 송이 묘지의 꽃마저 보지 못했습니다.주님! 너무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음을 용서해주세요.

이 오후에, 모든 이들은내게 묻지도, 청하지도 않은 채 지나갑니다.

저들이 잊은 것이 무언지 모릅니다. 그러나,그것이 내 손에서는 남의 것처럼 이상합니다.

밖으로 나갔습니다.모두에게 큰 소리로 말해주고 싶어서요.여러분이 잊은 거, 여기 있어요!

사람들이 왜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지오후에는 언제나, 나는 모르겠습니다.그리고 오후만 되면 내 영혼은 남의 것 같습니다.

그 아무도 오늘 제게 오지 않았습니다.오늘 오후에 나는 너무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습니다.

● 10월이 되면 세사르 바예호를 읽습니다. 한 해가 두 달 남짓 남았네요. 올해는 몸과 영혼을 잘 지키겠다. 잘 지켜서 사랑하는 이들과 많이 나누겠다. 단단히 결심한 새해의 첫날로부터 열 달이나 지나왔군요. 어떤 결심이든 잉태되고 성장하여 세상 속으로 건강한 울음을 터뜨리며 나올 만한 시간. 그런데 우린 또 몸과 영혼을 어디에 던져두고 달려 나왔을까요? 바삐 가는 우릴 쫓아오며 시인이 말하네요. ‘당신이 잊은 거 여기, 여기 있어요!’ 시인이 건넨 것은 물론 우리의 영혼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조금씩 떼어주었지요. 그럼 당신의 영혼은? 그거야 팽개쳐져 잊혀진 채로 당신 안의 어느 구석에 있을 걸요. 당신이 사랑하는 한 사람이 시인처럼 투덜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옵니다. ‘그 아무도 오늘 내게 오지 않았어요.’ 그 또는 그녀가 오후 내내 기다리고 있어요. 영혼을 가을 하늘처럼 말갛게 씻어놓고 당신에게 마음껏 떼어주기를 고대하면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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