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은.
"조안 러프가든의 <진화의 무지개> ." 진화의>
-왜 이 책을.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 잡히기 쉬운지 생각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두 개의 성(性)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책에 따르면 바다의 생물과 곤충 혹은 새들은 성을 이분법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저자가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시각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동물, 인간을 포함한 이 세계에는 암컷과 수컷의 짝짓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성이 개입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런 개입에도 생태계의 질서는 깨지지 않고 조화롭게 운영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또한 '진화'라는 의미가 단순히 강한 생물체로의 진화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설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우선 힘이 있고 우수한 것만 살아남는다는 학설에 비껴 있어 반갑다. 나는 평소 책이 내게 이정표를 제시해주기보다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르며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런 면에서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열거된 사례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생물학자들의 인내와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매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상적인 대목은.
"선피시(Sunfish) 종의 하나인 파랑볼우럭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파니콘 호수와 뉴욕주 북부의 카제노비아 호수에서 자세히 연구되었다. 수컷은 크기와 색깔이 뚜렷이 구별되는 세 가지 유형이 있고 여기에 암컷이 더해져 이 종은 네 가지 서로 다른 젠더에 해당하는 총 네 가지 형태학적 범주를 갖는다."
-추천한다면.
"이 책은 세상이 얼마나 넓고 깊은가 일깨워줌으로써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고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넓게 해석해 보는 힘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래서 평소 아끼는 후배한테 바로 책을 빌려줄 작정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게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이혁상 감독)을 봤다. 우리 사회가 확실히 진화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진화의 무지개> 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미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가 성적 다양성이 진화를 이끄는 중요한 축임을 진화생물학의 시각으로 설명한 책이다. '무지개'란 바로 이 성적 다양성을 말한다. 뿌리와이파리·682쪽·3만3,000원. 진화의>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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