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댓 드라마티스트/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 지음/이야기공작소 발행·272쪽·1만2,000원
드라마는 세상 모든 인생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드라마 보기는 빨리감기를 통해 남의 인생의 주요 부분만 그것도 환희의 순간과 밑바닥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세상에 더없이 재미있는 일이다. 브라운관 속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리며 때론 집단감성을 주입하는 드라마 작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올 초 펴낸 의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직업세계를 조명하는 이야기공작소의 '올 댓'시리즈 두 번째 탐구대상은 드라마 작가다. <올 댓 드라마티스트> 는 시청률 70%의 경이적인 기록으로 '드라마의 신(神)'으로 통하는 김수현, '한지붕 세가족' '서울의 달' 등 서민의 삶과 정서를 대변해온 김운경, '허준' '주몽'의 최완규, '내 이름은 김삼순' '여우야 뭐하니'의 김도우 등 대한민국 대표 드라마작가 16명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올>
김운경 작가가 '서울의 달'의 제비 역할을 그리기 위해 사교댄스계 종결자로 꼽히는 영등포 '대머리 박' 선생을 찾아가 제자가 된 일화 등 작가들의 땀과 노력이 엿보인다. 드라마 방영 당시 최고의 유행어였던 춤선생의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터닝"은 그냥 책상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숱한 인물들을 창조하면서도 매번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마냥 탄탄한 캐릭터 구축과 아귀가 딱딱 맞는 대사들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발자취는 한편의 드라마 같다.
40kg을 왔다갔다 하던 몸무게가 32kg까지 빠질 정도로 분투하며 '거짓말'을 썼다는 노희경 작가가 연기 못한다고 배종옥의 목을 조른 일, 국내 전문직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하얀거탑' 이기원 작가가 원작 훼손을 우려해 절대 판권을 팔지 않겠다는 일본 소설가를 설득하기까지 과정, '다모'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명대사를 낳은 정형수 작가가 시인 지망생이었다는 사실 등 생생한 에피소드와 작가들의 진지한 고민이 흥미진진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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