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축구나 야구처럼 스포츠토토에 들어갈 수 있을까. 바둑의 스포츠토토 입성 준비작업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기원은 지난 7일 기사 총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바둑토토사업 추진 현황을 설명하고 프로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스포츠토토는 앞으로 벌어질 대상 경기의 결과를 예측해 체육 복표를 구입한 후 실제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액을 환급받는 것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복표 발행을 맡고 스포츠토토에서 상품 개발과 발매, 환급 등의 업무를 위탁 대행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토토에는 현재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5개 종목이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해 약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500억원 가량이 각 경기 단체에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바둑이 스포츠토토에 들어갈 경우 복표 발행에 따른 수익을 재원으로 현재 추진 중인 바둑 세계화 사업이나 군 보급 활동, 바둑 회관 건립 등 각종 현안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 제 2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또 경제적 효과 뿐아니라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스포츠 종목과 어깨를 나란히 해 바둑 자체의 이미지 개선과 바둑 인구 확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바둑이 스포츠로 전환하면서부터 스포츠토토 참여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해 오다 작년 말부터 체육진흥공단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긍적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상품 개발 및 경기 규칙 정비, 아마 단체(대한바둑협회)와 협의 등 바둑토토 복표 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이 날 총회에서 프로 기사들은 한국기원 사무국으로부터 바둑토토사업 추진 현황을 설명 듣고 자유 토론을 벌였는데 바둑토토사업이 바둑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찬성 의견이 다수였지만 최근 축구에서 불거진 승부 조작 사건처럼 자칫하면 그동안 바둑이 지켜왔던 품위 있고 고상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토론을 마치고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13명, 반대 51명, 기권 8명으로 결론이 났다.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지만 뜻밖에 반대표가 30%나 나왔다. 한국기원은 바둑토토를 시행할 경우 우선 단체전인 한국바둑리그를 대상 경기로 할 방침인데 이 때문에 현재 바둑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젊은 기사들이 대부분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투표 결과를 세대별로 나눠보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50대 이상에서는 찬성 40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거의 전원이 찬성 쪽에 표를 던졌지만 50대 이하에서는 찬성 73명, 반대 48명, 기권 7명이었다. 현재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젊은 기사들로서는 바둑토토사업이 개인적으로 아무런 이득이 없고 부정 행위 가담 유혹이나 승부 조작 혐의 등으로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한 사전 준비와 적절한 대처가 미흡할 경우 오히려 바둑계 전체의 이미지가 하락하고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높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기원은 이 달 말께 문화관광부에 스포츠토토 주최 단체 신청을 해서 금년 말까지 허가를 받은 후 내년부터 바둑토토 복표를 발행,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재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바둑리그 경기를 하루에 다섯 판을 모두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경기위원회를 신설해 심판 업무를 전담케 하는 등 세부 규정을 정비 중이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바둑이 이미 확고하게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스포츠토토 참여는 바둑계로서 오히려 큰 영광이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얼마간 어려움이 있더라도 바둑계가 슬기롭게 대처하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바둑토토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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