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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선승일 에코윙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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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선승일 에코윙 부사장

입력
2011.10.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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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아도 된다면 주부들의 일상이 얼마나 편해질까. 미국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 아래 있는 주방용 오물 분쇄기(디스포저)에서 곧바로 갈아서 하수관거로 내보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는 환경부가 1995년 이후 이를 금지시켰다. 재활용 방식의 정책을 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 일부 시범사업단지에서만 디스포저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국토해양부가 런던의정서의 '폐기물 배출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 발효에 따라 조만간 유기성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하기로 한 것. 우리나라는 현재 음식물 쓰레기의 70%를 해양에 배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폐기물업체 조직인 해양배출협회는 이에 반발, 지난 8월29일부터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며 파업을 계속,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대란을 겪고 있다. 당분간 해결 방안도 없을 뿐 아니라 매립지를 갑작스럽게 늘리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선승일(44) ㈜에코윙 부사장은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그는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다우코닝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다 2005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집도 담보로 다 들어갔다. '에코윙'으로 이름 붙인 이 기기는 싱크대 아래쪽에 비치돼 3단계에 걸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 1단계에서는 일반 디스포저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10~15초 동안 고속으로 갈아서 아래쪽에 있는 에코윙으로 보낸다. 2단계에서는 볼밀(ball-mill) 방식으로 쓰레기를 15~20분 동안 미세하게 분쇄한 뒤, 3단계로 미생물 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원 음식물 고형분을 20% 이하로 줄여서 하수관거로 내보내면 적법인데, 에코윙을 사용하면 최종 고형분이 5~13%로 줄어든다. 선씨는 특허도 출원했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의 테스트도 통과했다. 하지만 아직 시제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 10일 ㈜에코윙을 출범시킨 선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_ 에코윙이란 발명품을 만든 배경은.

"외국 영화에서 주부들이 디스포저를 사용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본 뒤 '우리나라에는 왜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알아보니 하수도 관거, 환경적인 문제 등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자원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디스포저를 사용하면서 장점은 그대로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제품을 만들수 없을 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_ 일반 디스포저와 차이점은.

"미국은 디스포저 사용을 전제로 음식물 쓰레기 전용 하수관거를 따로 까는 것으로 알고있다. 우리나라는 노후된 하수관거를 사용하고 있어서 디스포저를 사용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종말처리장까지 무리없이 흘러내려가야 하는데 관거에 굴곡이 있어도 안된다. 침전이 되면서 부패가 일어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양이 너무 많아 종말처리장에 부하가 걸린다. 그렇다고 따로 하수관거를 건설할 수도 없다. 그래서 환경부에서 1995년에 금지를 시켰다. 디스포저 판매도 금지한 상태다. 하지만 내가 만든 시스템은 디스포저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르다. 폐기물법에 따르면 고형분 초기 투입량에 비해 마지막 고형분이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에코윙 시스템은 13%가 최대치이고, 통상 5% 선이라 매우 효율적이다. 1, 2차 분쇄를 거쳐 3차 미생물 분해 단계까지 처리 시간은 20분이다. 물론 음식물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좀 있지만 당장 설치해도 문제가 없다. 서울시 시범사업의 경우는 디스포저만 달아서 관을 따로 빼거나, 정화조와 연결해서 퍼내는 방식이다. 우리 시스템은 가정에서 몽땅 처리를 해서 내보낸다. 시범사업 방식은 현행법상 불법인 셈이다."

_ 미생물 처리 시간은 얼마나 되나.

"최대 4시간이다.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미생물은 자동 분사되는 것으로 한 달에 한번 정도 갈아주면 된다. 서울시 시범사업에서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를 보면 실질적으로 디스포저를 허용해도 종말처리장에서 큰 부하가 걸리지는 않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우리 시스템을 이용하면 최종 배출량이 10분의 1 이상 줄어들기 때문에 문제가 전혀 없다."

_ 문제는 가격인데.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 디스포저는 블랙마켓에서 100만원 선이다. 에코윙은 2차 처리기까지 포함해서 100만원 수준으로 가능하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80만원 선이면 시민들이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시연을 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 제품은 없고 테스트용만 있다. 시중에 유사품들이 있지만 모두 법규정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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