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 오산시에서 한 치과의사가 살해됐다. 범인은 놀랍게도 환자였다. 1년 전 이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받은 이 환자는 계속 이가 시리다며 500만원 배상을 요구하다 들어주지 않자 의사를 찾아가 칼부림을 했다. 의사는 응급치료를 받다 과다출혈로 숨졌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진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의 엄중하고도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당연한 대응이다. 설사 진료에 문제가 있었다 해도 살인은 물론이거니와 폭력 등 사적 보복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 경우는 어떤가. 일부 치과의사들이 회원제 인터넷 사이트 '덴트포토'에 마음에 들지 않는 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공유해온 사실이 드러났다(본보 10월14일자 1면 보도). 어떤 이는 심지어 진상(꼴불견) 환자는 절대 치료해주지 말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 역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가 나간 뒤 수많은 환자와 치과의사들의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 환자들은 대부분 기사 내용에 분개하며 "고맙다"고 격려했고, 치과의사들은 "극소수 사례로 전체 치과의사를 매도했다"고 비난했다. "거짓기사를 썼다"고 강변한 이들도 있었다.
대한민국 모든 치과의사가 환자 블랙리스트를 돌리는 몰지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일부다. 그렇다고 눈감고 넘어갈 일인가. 이른바 '진상' 환자의 신상을 공개한 글에는 '○○시(의원 소재 도시) 게시판에 올리는 건 어떨까' '회원들에게 문자 돌릴까요' 같은 댓글까지 여럿 달려있다. 아무리 일부 치과의사들의 행태라도 그 때문에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환자는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덴트포토' 사이트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협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환자 블랙리스트가 올라있는 덴트포토 익명게시판은 이날 오전 폐쇄됐다.
의사가 환자 신상을 공개하고 진료거부를 선동해 인권은 물론 건강권까지 해치는 몰지각한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전례가 드문 환자의 치과의사 살해 사건에는 집단 분노하면서, 이런 행태는 '극소수'의 일로 치부하고 덮으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수의 선량한 치과의사들이 매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 극소수를 바로잡아야 한다.
임소형 문화부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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