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초2 두 아들과 함께 지하로 이사 왔다. 막내가 3살 때 이혼한 뒤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으나 막막하고 비참했다. 용기를 내서 동사무소를 찾았더니 자활센터를 소개해 주었다. 2개월 동안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찾아가 청소도 하고 식사 시중도 들고, 라디오나 TV를 틀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나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가 어르신에게 닿을 때면 어김없이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나는 돌아서서 어르신들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제는 감사와 희망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자활센터는 노동이 가능한 저소득층에게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저소득층 2명 이상을 팀으로 하여 3년 이내에 독자적인 사업이 가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기초 시ㆍ군ㆍ구에 247개의 지역센터, 7개의 광역센터, 중앙센터로 전국적 활동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위해 마지못해 노동에 참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진정으로 자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버팀목이다. 빈곤층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정부로선 생계비 지원예산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 서울의 경우 25개 구(區), 31개 지역센터에서 성공적인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광역센터는 지역별 창업ㆍ취업 활동을 연계ㆍ조정하고 서울시 수급자를 대상으로 정부의 '희망리본 프로젝트(맞춤형 취업 지원)'도 수행하고 있다. 광역센터 중 인천ㆍ대구ㆍ경기(2004년)와 강원ㆍ전북ㆍ부산(2008년)은 일찍부터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서울은 2009년 11월에야 광역센터가 만들어졌으나 그나마 내년부터는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이 거의 끊길 형편이라고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자활센터가 축소ㆍ폐쇄되어선 안될 일이다.
■ 자활센터에서 진정 자활에 이르는 경우는 소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소수인 그들이 다수의 빈곤층에게 '감사와 희망'을 뿌리고 있으며,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겨울 가스가 끊긴 방에서 구운 돌멩이를 구워 수건에 싸서 막내와 함께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는 엄마가 자활센터를 통해 어린 백혈병환자를 돕게 되었다는 사연도 있다. 어려움을 알기에 어려운 사람에게 더 큰 사랑을 주었을 터이다. 서울광역자활센터 홈페이지에는 서울의 그늘과 그 속에서 자활을 꿈꾸는 사연들이 빼곡하게 올라와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쯤 읽어보자.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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