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치과 의사들이 자신이 진료한 환자 가운데 '까다로운' 환자의 신상정보를 담은'블랙리스트'를 공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한국일보 14일자 1면 머리기사에 따르면 문제의 블랙 리스트는 치과 의사들의 회원제 사이트인 '덴트포토'의 게시판을 통해 돌았으며, 속칭 '진상'환자의 신상정보를 치아 X선 사진까지 포함해 알리며 '진료 거부' 등을 종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여러 치과의원을 돌아다녀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피해 사례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의료복지의 일환으로 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무료틀니' 환자들을 기피 대상으로 거론했다니, 땅에 떨어진 의료윤리를 확인하고도 남는다. 오죽하면 최근 이 사이트를 탈퇴한 한 치과의사가 "의사로서의 기본적 양심을 저버린 비윤리적 행태"라고 한탄했을까.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의사윤리강령' '의사윤리선언' 등에 빠짐없이 담긴 환자비밀 보호를 어찌 이리도 가벼이 잊었을까.
더욱이 이 문제는 단순히 의료윤리 차원으로 끝나기 어렵다. 회원이 1만5,000명이나 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연히 특정 환자의 신상과 행태를 낱낱이 적시해 퍼뜨렸다면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물론 한층 처벌이 강한 '사이버 명예훼손죄' 혐의가 짙다. 각각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ㆍ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3년 이하의 징역ㆍ금고,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인 중대한 범죄다.
아울러 의사들이 직무상 취득한 환자의 의료정보를 의료법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 누설했으니, 의료법 19조(비밀누설 금지)의 정면 위반이 아닐 수 없다. 환자 의료정보 공개는 의료목적 등 특별한 경우에 한정되며, 그 또한 본인 동의 등 엄밀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치과 의사들의 블랙 리스트 유포에는 이런 위법성 조각사유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보건복지부가 고발 방침을 밝혔지만, 굳이 고발을 기다릴 것도 없이 수사 당국이 인지 사건으로 수사에 착수하기에 충분하다. 자발적 윤리의식에 기댈 수 없다면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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