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가로등/변소영 지음/실천문학사 발행ㆍ296쪽ㆍ1만1,000원
생존이 일차 과제였던 이민 1세대는 객지에서 겪는 설움과 그것을 딛고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내면을 압도했다. 이민 2세대는 어떨까. 문화ㆍ언어적 공동체 경계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정처 없음이 가장 큰 상처 자국이지 않을까. 디아스포라 문학이 정체성 상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문제를 드러내는 창이 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독일 이민자인 변소영(48)씨의 첫 소설집 <뮌헨의 가로등> 은 독일 이주민 2세대의 삶과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한국문학에서 디아스포라의 지평을 넓힌다. 수록된 7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만 봐도 이 소설집이 디딘 지점이 어딘지 확연하다. '더티 댄싱'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난 '나'가 부친과 불화한 후 독일로 파견 온 무역회사 지사장, 유부남 유학생과 불륜 관계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슈피나롱가'는 독일 가정으로 입양된 한국인의 성장통을 다뤘고, '아프노에'는 독일 유학 여성이 같은 유학생에게 버림받고 독일인과 사랑하지만 그 역시도 문화적 차이로 파국을 맞는 내용이다. 표제작 '뮌헨의 가로등'은 독일로 유학 왔다가 정착한 싱글맘과 사춘기 딸의 갈등을 다룬다. 뮌헨의>
작품집은 그러니까 외화벌이 첨병으로 파송됐던 광부와 간호사 세대 이후의 2세대, 즉 입양이나 유학으로 독일로 왔거나 이민 2세로 태어난 재독교포들의 다종다양한 삶의 실상을 담고 있다. 저자 자신도 이화여대 독문과 3학년이던 1982년 독일 보훔으로 유학 갔다가 한국인 남편을 만나 독일에 정착했다. 뒤늦게 젊은 시절의 꿈을 찾아 문학의 길에 들어서 지난해 계간지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유럽 이민자들의 삶을 현지 이민자의 시선에서 직접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의 한 공백을 채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가 이민 2세대를 통해 그리는 것은 어딘가 발 붙이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의 고통과 상처다. 이주민의 고통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성공콤플렉스 등을 넘어서 한 공동체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보편적 상실감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작가는 상처의 근원에 밀착해서 이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길임을 묵묵히 전한다. '슈피나롱가'는 이 치유의 과정을 솜씨 있게 보여준다. 다섯 살 때 독일로 입양된 형준이 뒤늦게 친부모가 소록도의 나병 환자임을 알게 된 뒤 '손 씻기' 강박증에 시달리는데, '그리스의 소록도'인 에게해 슈피나롱가 섬을 찾아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소설가 이순원씨는 "재외동포들의 삶의 근원을 탐구하면서 그것이 우리 안의 이야기임을 일깨우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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