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 성과는 한미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하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다짐하고, 한미동맹을 다원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미국 의회는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경제동맹의 의미를 갖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대통령은 미 상ㆍ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숙명적 동반자 관계를 역설, 5차례 기립박수를 포함해 45차례나 박수를 받았다. 국빈방문 중에 받은 환대의 절정이었다.
이런 환대엔 지불해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고 한 2012년에 우리를 포함한 동북아 주요 국가들의 리더십 교체 등 정세 불안정 요인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북한의 도발을 막고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긴밀한 공조 유지는 필수적이다. 양국 금융당국 간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처럼 통화 스와프(통화 맞교환) 등을 모색키로 한 것은 전례 없는 글로벌 재정위기 상황 대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미동맹 강화가 동북아 세력구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림자도 짙어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가 한중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지만, 중국측은 이명박 정부의 한미관계 중시 정책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중국 견제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논란은 진위와 상관 없이 중국을 자극했을 수 있다. 미묘한 외교사안의 언급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 방미에 즈음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고라고 평가했다. 안보와 에너지를 축으로 하는 중ㆍ러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새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숙명적으로 이들 나라 틈에 끼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한미동맹 강화 못지 않게 중ㆍ러시아와의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대통령의 방미 성과는 새삼 이런 숙제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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