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탐욕에 항의하는 99%의 외침이 15일 지구촌을 뒤흔든다.
뉴욕 월가 시위에 동조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시위가 미국, 유럽은 물론 아시아, 오세아니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6개 대륙에서 이날 열린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날 전세계 80여개국, 870여개 도시에서 각 도시 이름 앞에 '점령하라(occupy)'는 이름을 단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날을 '전세계 행동의 날'로 제안한 인터넷 사이트 '다 함께 점령하라(http://www.occupytogether.org)'는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우리(99%)가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정치인과 금융엘리트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가 열릴 것이 확실한 뉴욕, 런던, 시드니 등 금융 중심도시에서는 각각 수천명 이상의 인파가 참석할 것으로 보여 현지 경찰이 경비병력을 증강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싱가포르는 "시위 참가자는 엄단하겠다"며 강력 대응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 함께 점령하라'에 올라온 참가 희망자들의 글을 통해 볼 때, 이번 시위는 뚜렷한 주도세력 없이 취지에 공감하는 일반인이 인터넷을 통해 참가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정확히 어느 곳에서 얼마만큼 인파가 모일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성토의 대상도 나라마다 달라 미국 시위대는 월가의 탐욕, 스페인은 정부의 긴축정책, 필리핀은 집권층의 부패를 집회의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
서울에서는 오후 1시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 부산에서는 오후 4시 부산역 앞에서 항의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와 별도로 오후 2시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는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등이 주최하는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라는 이름의 집회가 열린다. 서울광장에서도 시위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기 포천시가 주최하는 농특산물 축전이 예정돼다는 이유로 경찰이 집회를 불허해 무산됐다. 경찰은 "신고된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겠다"면서도 "시설물 파괴, 도로 점거, 경찰관 폭행 등 불법행위를 할 경우 반드시 형사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위 지지 의사를 간접 표명하면서 월가 시위가 내년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앨 고어 전 부통령은 13일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진정한 대중운동(월가 시위)이 우리 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하고 나섰다"며 시위대의 손을 들어줬다.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도 이날 토론토 등지에서 반 금융자본 시위가 진행 중인 것을 두고 "그들의 정당한 좌절에 공감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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