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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려되는 태극마크 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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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려되는 태극마크 경시

입력
2011.10.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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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손흥민(함부르크)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지난 12일 아들의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언급한 발언이 축구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손씨는 독일로 출국하는 아들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15분을 뛰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은 무리다. 즉시 전력감(풀타임 출전)이 될 때까지 대표팀에 뽑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대항전(A매치)에 주전으로 기용될 수 없는 상황에서 장거리 비행을 거쳐 대표팀 소집에 응하는 것은 무익하다는 논리다. 손흥민은 앞서 7일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돼 45분을 뛰었고, 아랍에미리트와의 브라질월드컵 예선에서는 후반 28분 지동원과 교체 투입됐다.

물론 손씨의 부정(父情)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손씨의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 손씨의 주장대로라면 대표팀에는 풀타임 출전이 보장된 선수만 뽑혀야 한다. 어불성설이다. 23명의 대표팀 엔트리 중 벤치만 지켰던 동료들의 자긍심은 안중에도 없는 '제 자식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다.

선수 선발과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모든 선수들의 사정을 배려하면서 선발할 수는 없다. 대표팀 감독은 눈 앞의 경기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십년대계(十年大計)를 염두에 두고 대표팀을 꾸려나가야 한다. 벤치에 앉아서 선배들의 경기를 보는 것도 기량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손씨의 발언은 지금도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음지에서 묵묵히 훈련에 임하는 꿈나무들의 땀을 배신하는 행태나 다름없다. 모든 운동선수들의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백만장자가 되는 것도 소망일 수 있지만 그것은 다음 문제다.

최근 젊은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올해 초에는 유병수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유병수는 지난 1월 아시안컵 조별리그 호주와의 2차전에서 후반 32분 교체 투입됐다가 후반 44분 윤빛가람과 교체 아웃됐다.

그러자 유병수는 미니홈피를 통해 "진짜 할 맛 안 난다. 90분도 아니고 20분 만에 내가 이룬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 득점왕으로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기대에 못 미치자 자조 어린 심경을 털어놓은 것이었지만 그는 네티즌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베테랑 이동국은 1년3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하며 "대표팀 선발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출전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동국이 어떤 선수인가. 이동국은 현재 손흥민의 나이인 19세 때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회심의 중거리슛 한 방으로 스타가 됐다. 지금의 손흥민을 능가하는 기대와 인기를 한 몸에 받았지만 이후 대표팀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대표팀을 제 집처럼 들락거렸지만 불운에 시달렸던 이동국도 '대표팀 발탁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동국의 말을 손씨는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자칫 어긋난 부정이 부메랑처럼 자식의 앞날을 가로막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위 '상위 0.1%'에 속하는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영광도 있지만 책무도 따른다. 예전 같으면 속된 말로 '가문의 영광'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운동선수들에게 빛이 바래서는 안 되는 절대가치가 있다. 바로 태극마크의 가치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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