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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이자율 낮추기 담합/ "이자율 1%P만 올려도 보험료 수백만원 덜 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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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이자율 낮추기 담합/ "이자율 1%P만 올려도 보험료 수백만원 덜 내는데…"

입력
2011.10.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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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권모(40)씨는 최근 예정이율이 5%인 20년 만기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1억원의 사망 보험금을 받으려면 권씨는 매달 16만4,000원씩 총 3,936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하지만 예정이율이 6%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1억원을 받기 위해 권씨가 내야 할 돈이 월 2만7,000원씩(약 16%) 총 648만원이나 줄어든다.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장기채권 중심의 투자로 수익을 내는 생명보험사들 사이에서 사실 예정ㆍ공시이율은 크게 차별화하기 어렵다. 실제 요즘도 생보 업계의 예정이율(3.75~4.25%)과 공시이율(4.3~5.2%) 편차는 1%포인트를 채 넘지 않는다.

하지만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생보사들이 장기간 이자율을 상의해 결정해 온 관행을 문제 삼았다. 보험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자율을 담합하는 순간,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적당히 '고객 나눠먹기'에 안주하는 고질병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낮춘 이자율은 고스란히 고객 부담으로 돌아온다. 월 30만원 납입 조건의 10년 만기 변동금리형 저축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보자. 공시이율이 5%라면 3,600만원의 납입 보험료가 만기 때 4,167만271원이 된다. 하지만 공시이율이 6%로 오르면 보험금(4,389만9,348원)은 약 223만원 늘어난다.

이번 제재는 생보업계의 반발과 내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A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방식이 비슷한데다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 당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예정ㆍ공시이율 결정에 개입하기 때문에 이율 차이가 구조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공정위가 뒤늦게 담합이라며 제재를 하니 금융당국과 경쟁당국 중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으로 규모가 작은 보험사들은 대형사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한다. 업계에선 교보ㆍ삼성ㆍ대한생명 등 대형 3사가 차례로 공정위에 이율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해 각자 부과 받은 과징금을 100%, 70%, 30%씩 면제ㆍ감경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 중소 생보사 관계자는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신고한 뒤 과징금을 면제 받고 나머지 추종자가 모두 뒤집어쓰는 게 공정한 건가"라며 "중소형사는 고객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사가 정하는 이율을 불가피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송상민 카르텔총괄과장은 "금융 및 경쟁당국의 이중제재라고 주장하는데 보험사가 교통법규를 어기면 범칙금을 내고, 세금을 탈루하면 세무조사를 받듯 담합을 하면 공정위 제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업계의 경쟁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을 수는 있지만 이를 핑계로 영업조건을 짜맞추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국내 보험업계의 공정경쟁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경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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