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의 루브르/박제 지음/이숲 발행·446쪽·2만5,000원
프랑스 파리는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르고 싶어하는 예술 도시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바티칸시국의 바티칸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박물관의 영향이 크다. 소장품 44만여 점에 전시작품만 3만 점이라는, 가늠조차 어려운 규모의 루브르박물관. 그곳에 가본 사람은 많아도 그 많은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 사람은 드물다. <오후 네 시의 루브르> 가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오후>
화가인 저자는 2006년부터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파리 거주 기간만 30년이다. 루브르박물관을 '내 인생의 보물창고'라고 고백할 정도로 루브르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남다르다.
책은 초상, 풍속, 풍경, 성(性), 종교의 다섯 개 주제로 나누어 루브르 소장품 70여 점을 소개한다. 13세기 종교화부터 19세기 인물화, 풍경화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미술 해설서가 흔히 에세이 형식으로 흐르는 것과 달리, 미술사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성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미술사적 맥락에서 작품의 가치를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 사회적 상황을 통해 작품을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로 버무려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고야의 '솔라나 후작부인의 초상' 등 잘 알려진 작품을 비롯해 캥탱 마시의 '돈놀이꾼과 그의 아내', 조르주 드 라투르의 '사기도박꾼', 니콜라 레니에의 '점쟁이', 테오도르 샤세리오의 '아하수에로 왕을 위해 치장하는 에스더' 등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작품도 친절하게 해설해준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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