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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우수와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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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우수와 스티브 잡스

입력
2011.10.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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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는 1주일 간격으로 남아 있는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동년배 두 사람의 부음을 접했다. 우리네 가정에 짜장면을 배달해 주던 한국인 김우수 씨, 세계인에게 개인용 PC 등 IT혁명을 가져다 준 미국인 스티브 잡스 회장이다. 필자는 두 사람의 출생과 삶을 신문에서 읽으면서 '기부천사' 또는 'IT천재'라는 찬사 뒤에 가려져 있는 그들의 어린 시절 외로움과 고통이 느껴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라서 김씨는 고아원에 맡겨져서 컸고 잡스는 입양돼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잡스는 최근에 그의 생부가 생전에 한번 만이라도 만나 보고 싶다는 공개요청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남아 있는 이들에게 던진 메시지

김우수 씨는 평생 외로운 사람이었다. 출생은 원치 않는 아기로 미혼모에게서, 성장은 12세까지 고아원에서, 54세의 죽음은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이틀간 아무도 찾아 오는 사람이 없는 빈 병실에서 맞았다. 54년의 삶이 얼마나 외로웠는가는 그의 휴대전화에 단 하나의 단축번호도 저장되어 있지 않고 단 한 통의 문자 메시지도 없었다는 기사가 말해 준다. 우리는 그가 평생 가족도 없이 살아야만 했던 삶의 질곡과 외로움을 쉽게 간과해 버리고, 70만원을 벌면서도 아이들에게 기부를 했던 '선행'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닐까. 그는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삶에서 어느 한 순간 빛이라고 할 만한 시간은 내게 없었다. 아이들을 도울 때만큼은 내게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그가 미혼모의 자식으로, 고아원 원생으로, 거리의 노숙자로, 교도소의 출소자로 살아 보았기 때문에 어린이재단의 후원아동들을 내 자식으로 생각하며 그들의 사진과 편지를 고시원 쪽방에 보물처럼 간직하고 기쁨과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남아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김씨가 하던 '그 일'을 우리도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삶의 터전을 못 찾고 떠도는 가출한 아이들이, 노숙하고 있는 아이들이, 소년원에서 나와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집에서 살 수가 없어 나와 사는 청소년들이 전국에 20만 명 이상이라고 추산한다. 쉼터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만 해도 2만 명이 넘는다. 그들을 먹이고 재우고 공부시키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2, 제3의 외로운 인생을 막는 일이다.

필자가 소년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상담할 때 이런 말들을 자주 듣는다. "집안환경이 그래서... 이런 데가 차라리 낫다는 애들도 있어요. 일부러 여기 들어오려고 하는 애들도 있어요.", "여기서 잘 하던 애들도 나가서는 금방 또 집나가고 그래요. 아이들이 비행하는 첫째 원인은 가출이예요".

이런 고단한 삶으로 생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김씨처럼 자기의 행복은 접어두고 가족도 없이 살면서 남을 도와야 한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아 봐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않겠는가.

가출 청소년들 방치되는 일 없어야

어떤 어른들은 가출한 아이들을 제 발로 집을 나온 '비행청소년'이라고 부른다. 그 대신에 그들을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라고 부르자. 출생․성장배경, 학력, 가족결손, 빈곤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라서 심지어 외모도 일반가정 아이들 같지 않다. 김씨도 158cm, 55kg의 체격이었다. 그러나 그가 무엇보다도 빛났던 것은 따뜻한 웃음이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나처럼 크지 않게 돕고 싶다는 사랑이 있었다. 청와대초청에도 '평소 내 모습이 제일 떳떳하다'면서 배달 때 입고 다녔던 검은색 조끼를 입고 모자를 쓰고 간 의연함이 있었기에 남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하는 것이다.

이명숙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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